▲ 김덕관

원불교 강원교구장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아름답고 향기로운 봄꽃은 지천으로 피어나는데, 연록빛 잎새는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숲속의 새들은 한가로이 지저귀며 아름다운 세월을 노래하는데, 환한 미소 지으며 여행을 떠난 우리 자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새처럼 재잘대던 그 목소리 들리지 않으니 이 슬픔 가눌 길 없사옵니다.

왜 아직 피지 못한 꽃망울들이 저 춥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부모 형제들을 애타게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어야 하옵니까.

바다를 바라보며 울부짖는 부모형제들의 애끊는 저 눈물을 어이 하오리까.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무참히 꺾여버린 저 여린 꽃망울들의 얼굴을 그리고 미소를 떠올리며 울부짖는 부모 형제들의 피맺힌 절규를 바라보는 온 국민의 눈물과 애타는 마음 또한 어이하오리까. 온 국민의 깊은 슬픔과 끝 간 데 없는 절망으로 톱니바퀴처럼 분주히 움직이던 일손을 다 놓아버리고 검푸른 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며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는 국민들의 텅 빈 가슴을 어이하오리까.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우리 자녀들에게 가없는 은혜를 주시옵소서. 유명을 달리한 자녀들의 한 서린 넋을 위로하여 주시옵고 실종되어 갈 길 모르는 손길을 붙잡아 주옵시어 하루 속히 부모형제들이 기다리는 따스한 품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진실로 참회하옵니다.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고, 또한 흔들리는 삶에서 구원하지 못하며, 슬픔과 눈물 거두어 주지 못함을 진실로 참회하옵니다. 우리들의 아들딸인 자녀들의 손목을 잡아 죽음의 늪에서 실종의 어둠 속에서 구원하지 못하였음을 흐르는 눈물로 참회하옵니다. 부모 형제들의 피 맺힌 절규에도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음을 진실로 참회하옵나이다.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이제 다시는 이 나라에 이러한 슬픔, 절망이 우리 곁에 순간이라도 머무르지 않게 하옵소서. 장래 이 나라의 주인이 될, 꽃처럼 아름다운, 이슬처럼 영롱한 푸르름으로 자라나는 자녀들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게 하옵시고, 그들의 미소를 바라보며 참 삶의 기쁨을 누리게 하옵소서.

우리 모두 그들의 삶에 디딤돌이 되어주고 징검다리가 되어주며 노둣돌이 되어 그들이 있으므로 우리가 있고, 그들이 있으므로 우리의 하루가 축복의 나날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의 자녀들은 평화로운 우리나라, 살기 좋은 우리나라의 등불이오니 그 등불을 바라보며 참 삶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대한을 노래하게 하옵소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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