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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나눔’과 강원경찰의 召命

김호윤 2014년 05월 08일 목요일
   
▲ 김호윤

강원경찰청장

지난 2월초 강원도 영동지역에는 100여년만의 폭설로 도시전체가 눈 속에 파묻히다시피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한계령 눈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차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노부부를 구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70이 넘은 노부부는 하염없이 쌓여가는 차창 밖의 눈을 보면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자연의 한계 앞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나란히 차안에 앉아 마지막 구조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뇌졸중으로 공포에 질린 채 눈을 감고 있는 노부인의 손을 잡은 힘없는 남편의 마음은 오죽 답답했을까. 50년 가까이 같이 부대끼며 살아 왔던 인생을 회고하며 먹먹한 가슴을 짓누르며….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눈길을 뚫고 들어가 신속히 병원에 보낼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폭설보다 더한 경제적 궁핍과 고독감에 하루하루 견뎌내며 살아가고 계신 홀몸어르신들이 너무나 많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67세 노인이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숨진 지 5년이 지나도록 가족이며 이웃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세계경제 2, 3위를 다투는 일본에서도 하루에 42명꼴로 고독사 한다지만 우리로서는 ‘남의 집 불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노부모들의 고독한 죽음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이다. 각종 경제적인 지원과 사회적 보장 제도들을 통해 노인 고독사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어느 정도 풀어나갈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과의 ‘터치’ 즉, 그분들과의 교감이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일명 ‘애착 실험’을 통해 스킨십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새끼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철사로 된 어미 원숭이와 먹이를 주지 않지만 천으로 된 어미 원숭이를 우리에 넣어 새끼원숭이의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새끼원숭이는 먹이를 주는 ‘철사 어미’보다 편안함과 사랑을 주는 ‘천으로 된 어미’를 택했다. 그는 이러한 ‘애착 실험’을 통해 ‘터치’의 소중함, 정신적 위안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각종 지원과 제도를 통해 시설과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홀몸 어르신들에게 정신적 위안과 힘이 될 수 있는 주변사람들의 ‘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으로 죽음이라는 막다른 길을 선택하는 홀몸어르신들이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초 고령사회로 넘어갈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강원경찰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효 나눔’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홀몸어르신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말벗도 되어드리면서 그분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손길을 전달함으로써 ‘사회적 품앗이’를 몸으로 실천하고자 한다. 작은 힘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예상치 못했던 큰일을 이룬다는 ‘점적천석(點適穿石)’과 같은 자세로 홀몸어르신들의 고독과 절망에 ‘터치’하는 것이 강원치안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 경찰의 이러한 작은 정성과 관심이 쌓이고 쌓여서 고독하고 불안한 어르신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고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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