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세월호 대참사. 그 참담한 사건으로 우리는 지금도 화가 나고 답답하고 부끄럽다. 60년대 후반 이후 산업화 민주화를 동반성취한 대한민국의 드러나지 않았던 나쁜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다가 드디어 결정적으로 모두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직하고 올바른 반성,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원인규명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역량이 결집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만, 어린 생명들의 희생을 제대로 모시는 것이 될 것이다.

사람 중심의 세상을 이루고자 할진대, 우리는 생명중심의 세상을 바탕에 놓지 않는 한 사람중심의 세상은 말만 그렇고 내용은 그렇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

어떻게 생명의 문명으로 대전환할 것인가.

그것은 지금의 위기-드러난 위기와 드러나지 않은 위기-와 다가올 위기를 정직하게 인식하고 뼈저리게 깨달을 때 조금씩 현실화될 것이다. 드러난 위기는 대부분 ‘인간사회의 위기’이다. 드러나지 않은 위기는 대부분 ‘생명사회의 위기’이다. 다가올 위기-이미 다가온 위기와 곧 다가올 위기-는 불의 위기, 물의 위기, 땅의 위기, 밥의 위기, 뭇 생명의 위기이다. 밤낮없이 불을 때며 원자력 발전의 위기를 걱정하는 스스로의 삶을 본다.

세월호의 대참사는 체르노빌, 드리마일, 후쿠시마 원전의 초대형 참사와는 질과 양 모두가 다른 차원이다. 그렇게 반대하고 걱정하던 수많은 국민들을 무시하고 강행한 이른바 4대강 사업의 결과는 무엇인가. 거대한 토목공사로 과연 4대강을 살려내겠다는 그 오만한 폭력은, 그리고 거기에 정당성을 담보해 준 지식행상꾼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작년 말부터 올 초 겨울까지 우리는 조류독감(AI) 때문에 닭과 오리를 1000만 마리 이상 ‘산 채로’ 묻었다. 철새가 다 없어지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 3년 만에 인류는 절멸한다고 한다.

올해도 DMZ평화생명동산에는 살구, 복숭아, 싸리 등 온갖 꽃이 이미 피고 지고 지금은 사과꽃이 피기 시작한다. 벌써 4년 째이지만 올 해도 여전히 벌(토종벌)이 없어 우리 협동부장은 모레 진도까지 1400km를 왕복해 벌 5~6통을 싣고 올 것이다.

세월호의 어린 생명을 제대로 살려내는 일은 지금까지의 돈과 물질 제일주의를 혁파하고 사람중심의 세상으로 변혁하는 일이다. 사람중심 세상으로의 변혁은 생명중심의 문명 토대에서 현실화될 것이다.

5월 첫날 우리 실무자들은 희망근로 할머니, 건국대 학생들과 함께 생명살림 오행동산에 약초와 야생화 모종을 1만9000포기를 심었다. 첫 주말은 쉬는 날임에도 남은 6000여 포기를 다 심었다. 5월 중순까지는 온갖 채소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는다. 사람농사와 작물농사를 같이하다 보니 오행동산에는 개구리, 뱀, 벌레, 지렁이가 많이 살아나고 있다.

역시 어려운 것은 사람농사이다. 생명의 세계관, 평화의 가치관으로 스스로를 정립한 지혜로운 일꾼들이 스스로(=자치), 함께(=협동) 세상을 변혁하고 생명을 모시고 살리는 ‘문명사적 대전환’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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