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심리학자 쾰러는 침팬지를 이용하여 사람이 문제상황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천장 한구석에 바나나를 매달아 놓고 방 한가운데는 나무상자들을 놓은 방에 배고픈 침팬지들을 들어가게 했다. 침팬지들은 바나나를 따서 먹으려고 다양하게 시도했지만 다 실패하였다. 상자를 이용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술탄이라는 침팬지가 문제상황을 곰곰이 탐색했다. 그런 후 상자를 이동하여 바나나 아래로 쌓아 올리고 자신이 상자 위로 올라가 바나나를 낚아챘다. 술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상자를 써야 바나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 즉 전체를 숙고하는 예지력과 판단력이 있어서인데 쾰러는 이 능력을 ‘통찰력’이라고 명명한다.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전임 대통령인 아이젠하워를 찾아가자 그는 ‘대통령의 임무는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단하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앙드레 지드는 ‘ 바른 선택을 하려면 선택하려는 그 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선택에서 제외되는 나머지를 살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대통령의 선택이 필요한 경우 그 판단의 기준은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대의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전체 상황을 정확히 헤아려 볼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하여 결정하고, 실천이 필요하면 즉시 이를 행동에 옮기는 강한 추진력이 대통령리더십의 기본이다.

통찰력이 없어서 그리고 선택을 잘못해서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세월호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사과는 타이밍인데 그 타이밍을 놓치고 나니 사과를 거듭해도 국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부족했던 통찰력이 초래한 안타까움이다. 대통령에게 ‘사과’는 국정운영의 한 테크닉일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일례로 오바마 대통령은 재난을 맞이할 때마다 ‘모든 책임은 국가 수장인 제게 있습니다’라는 사과를 하여 성난 민심을 가라앉힌다. 이번 세월호 경우는 사과 타이밍이나 사과내용을 계산할 겨를도 필요도 없는 전대미문의 대형사고다. 진정성있는 사과로 슬픔공감대부터 형성했으면 대통령도 국민도 덜 힘들 수 있었는데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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