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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맞아

최돈설 2014년 05월 15일 목요일
   
▲ 최돈설

강릉문화원 부원장

“얼음장 밑에서도/고기는 헤엄을 치고/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보리는 뿌리를 뻗고/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고통은 희망의 스승/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오늘 뜬금없이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가 떠오른 것은, 서른세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기 때문이다. ‘나’를 한 생명으로 태어나게 하신 분은 부모님이요, 참다운 인간의 길을 걷도록 가르침을 주신 분은 스승이다. 붉은 카네이션은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축복의 선물이다. 오늘 제자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순간, 선생님께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 동안의 고단함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푸른 신록처럼 오늘 같기만 바라실 것이다.

스승 정약용(丁若鏞)과 제자 황상(黃裳)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조선 정조 서거 후 몰아닥친 노론벽파의 공격으로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떠난다. 다산(茶山)이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미천한 황상(黃裳)이라는 더벅머리 소년에게 공부를 권면한다.

이때, 황상은 수줍게 머뭇거리며, 자신은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꽉 막혔으며 미욱하다고 얘기한다. 다산은 “공부하는 사람에겐 세 가지 큰 병이 있는데 네겐 그게 없구나. 기억력이 뛰어난 것으로 공부를 소홀히 하며, 글 재주가 좋은 것으로 가볍고 허황한 글로 흐르며, 이해력이 빠른 것으로 공부가 거칠고 엉성하기 마련이지. 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사람은 식견이 넓어지고, 꽉 막혔지만 잘 뚫는 사람은 흐름이 거세지며, 미욱하지만 잘 갈고닦는 사람은 빛이 나는 법이란다.” 그러고는 잘 파고들고, 잘 뚫고, 잘 갈고닦는 방법은 모두 부지런함에 있으며, 부지런하려면 공부에 대한 뜻이 확고해야 한다면서, 그 유명한 삼근계(三勤戒)의 가르침을 글로 써서 준다.

그 때 황상은 열다섯 살이었고, 그 후 61년 동안 대스승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공부에 전념하고, 스승이 떠난 뒤 다산초당을 지키며 후학을 양성하였다. 황상의 학문은 진취적 기상·긍정적 자세·창조적 사고로 일취월장했고, 당시 최고의 지성 추사 김정희 선생도 그의 작품 ‘치원유고’를 보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를 늘 대견해하던 스승 다산의 가르침을 평생동안 가슴에 보듬고 살았다. 다산은 그를 유배생활 중 얻은 자식처럼 여겼고, 황상 역시 스승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삶의 지표로 삶았다. 다산과 황상의 만남은 운명을 바꾼 만남이었다.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스승의 역할과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학생의 장·단점을 헤아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줌으로써 옹골차게 세상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세상에 뜻을 펴고 의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때론 엄정하게 때론 온화하게 가르침을 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세상 명리(名利)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진리를 설파하며,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소망했던 스승. 지(知)·덕(德)·애(愛)가 어우러진 가르침이었기에 제자들은 그것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았으며, 오늘날까지 그 가르침들은 삶의 근본이며 혜안으로 남아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본질적인 스승의 지위와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다산이 황상에게 전해 준 것은 희망이었다. 절망을 이기는 것은 희망밖에 없다. 문병란의 희망가는 계속된다.

“인생 항로/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고비 지나면/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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