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박2일에 자주 등장하는 ‘복불복(福不福)’ 게임의 묘미는 잘못 선택으로 오는 불이익 그것을 구경하는 맛이다. 예를 들어 음료수인 줄 알고 마신 것이 까나리액이고 한겨울에 바다에 입수해야 하고 풍랑 심한 날 꽃게잡이 배를 타야 한다. 출연자들이 복불복 게임시 항상 구호 같이 외치는 말이 있으니 바로 ‘불행은 나만 아니면 돼’가 그것이다. 걸린 사람은 좌절하고 안 걸린사람들은 불행이 자신을 비껴갔다는 사실에 ‘나만 아니면 돼’를 연호하며 좋아한다.

그들과 함께 별 생각없이 웃고 즐기던 ‘나만 아니면 돼’가 이렇게 국민들 마음에 자리잡아 큰 사단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을까? ‘나만 아니면 돼’는 정은 많지만 정의롭지 못한 우리네 사회분위기를 대변한다. ‘대의’ ‘도덕’ ‘신뢰’보다는 개인욕심을 우선시하는 이기적 현실 말이다. 도망친 선장과 선원, 무능한 관료와 해경 등 세월호 사건의 전모는 ‘나만 아니면 돼’에 뿌리깊게 젖어 있는 우리사회 어두운 단상이다. 예능에서 웃자고 하는 말 ‘나만 아니면 돼’가 보편적 가치가 되었으니 뒤늦은 자성이 밀려온다. 절대 학습하지 말라는 경고문구라도 자막으로 넣었어야 했나 보다.

위기는 노력 여하에 따라 그저 위기일 수도 있고 새로운 전환점일 수도 있다. 철학자 토머스 쿤은 ‘위기가 중요한 것은 도구를 바꿔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작금의 국가개조 청와대개조 등 쏟아져 나오는 요구 대부분 타당하다. 하지만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인 한 개조 대상에서 나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고 최인호 작가는 ‘나는 문단에 데뷔할 때 과연 내가 쓰는 펜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가 변화하는 편이 더 가치 있는 일이며, 그것이 결국 내 가족 이웃 사회를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할 수 있는 일상 속 정의로움부터 실천하는 것이 ‘나만 아니면 돼’가 팽배해 있는 국민의식을 바꾸는 단초다. 세월호사건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의 울분에 머물러도 안 된다. 그 울분을 바탕으로 반드시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변화는 철저히 ‘나부터’ 시작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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