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

강릉시장 권한대행(부시장)

박근혜 정부가 가계빚 1000조 시대, 빚에 허덕이는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나는 강원도 경제정책과장으로 도청 대강당에서 사회복지공무원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국민행복기금 전도사 발대식을 열고 힘차게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

1억원 이하(2013년 2월 기준) 채무를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국민을 대상으로 빚의 최대 50%(기초수급자 등 특수채무자는 최대 70%)를 탕감해주고, 최장 10년에 걸쳐 변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국민행복기금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1년 성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올 3월까지 총 29만4000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했고, 그 중 25만 명에게 채무조정을 지원해 5년 동안 총 32만6000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불과 1년 만에 76%를 지원해낸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강원도에서도 9239명이 신용회복 혜택을 받았다.

국민행복기금 개별 신청에 참여한 채무조정 약정 체결자 13만5188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채무액은 1126만9000원이나 연 소득은 484만1000원에 불과했고 연체기간은 평균 6년이며, 1인당 평균 2곳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당초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기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청 종합민원실에 설치된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 찾아와 고마움을 전하고 갔던 고객이 생각난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은 이○○씨(남·60세)는 “외환위기 당시 사업 부도로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어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국민행복기금 덕분에 새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해 빚을 갚고 새 삶을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바꿔드림론 지원을 받은 권○○씨(여·50세)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자녀 양육비와 의료비로 캐피탈사 등에서 빌린 고금리 대출 때문에 고통을 받았는데 바꿔드림론을 통해 고금리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며 “아직도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 분들이 이른 시일 내에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보다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상담창구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캠코의 김은진씨(여·25세)는 “현장에 오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기본적 생활조차 어려운 분들이 매우 많았다”며 “강원지역 서민들이 기금을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이제 국민행복기금의 성패는 채무조정 지원을 받게 된 채무자들이 제대로 빚을 갚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의지는 있으나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는 취업과 창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라는 시각으로 채용을 꺼리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과 기관·단체에서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채용을 통해 건전한 경제 주체로 복귀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연체 빚 때문에 고통받는 채무자가 287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채무조정을 받은 25만명을 제외한 262만명이 아직도 신용회복을 못해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262만 명은 대부분 상환능력이 부족한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처럼 과중한 채무로 고통받는 분들은 국민행복기금뿐만 아니라 법원의 개인회생 등 공적채무조정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및 취업지원, 법원의 공적채무조정을 통해 연체 빚의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 모두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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