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용

원주에코시티추진본부 대표 발기인

경주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및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등 최근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에는 모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술 맹신이 그것이다.

경주 마우나리조트는 PEB(pre Engineered Metal Building)시스템이라고 하는 소위 공간효율이 뛰어나며, 기능과 미관까지 생각한 첨단 21세기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이러한 공법은 최고 90m까지 내부 기둥을 없앨 수 있어 대형공장, 쇼핑센터, 체육관, 비행기 격납고 등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믿어 왔던 프랑스의 드골공항에서도 이러한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 무너진 사례가 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이다. 세월호에는 배가 선회할 때 쏠림을 막아주는 스테빌라이저(stabilizer)와 평형수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스테빌라이저는 자동으로 날개가 들어 왔다 나갔다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평형수 장치는 배의 하단에 물을 채워 균형을 맞추는 장치이다. 모두들 이러한 장치가 고장이 나서 사고가 났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첨단 기술을 적용한 것 자체가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고양종합터미널의 화재도 그렇다. 고양종합터미널은 지하 7만5197㎡(2만2747평)와 지상 7만1013㎡(2만1481평)를 합쳐 도합 14만6210㎡(4만4228평)의 지하 5층, 지상 7층의 대형 건물이다. 지하 면적이 전체의 51%로 지상보다 지하가 더 넓게 지어진 건물로서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을 수 없는 건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2007년도 대한설비공학회 학술대회에서 설계자가 ‘고양종합터미널 신축공사 건축기계설비 설계사례’라는 제목으로 학술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한 건물이었다.

이러한 사고들의 공통점은 모두 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시설의 편의성과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했다는 점에 있다. 체육관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세월호는 더 큰 배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고양종합터미널은 건물의 면적을 더 확보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첨단기술이라는 것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자연의 이치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꾀’라고 말할 수 있다. 넓은 건물에 기둥을 없애는 것은 중력을 극복하려는 시도이고, 큰 배를 만들어 띄우려고 하는 것은 진동과 관성의 이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며, 지하에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은 지상에 살게 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을 넘어서 보려고 하는 인간의 잔재주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그동안의 성과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자연의 이치에 의해서 돌아갈 때 가장 안전한 것’이라는 근본 원리를 상기해야 한다. 작금의 여러 사고를 보면서 우리는 너무 효율성만을 추구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라도 더 늦기 전에 일상생활의 전반에 ‘생태형’이라는 단어를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원주생태도시추진본부에서는 생태형이라는 말을 ‘자연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편리함과 더불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최대화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최근의 대형 사고는 모두 첨단기술에 내재되어 있는 사고의 위험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은 조금 불편해도 각종 시설을 설치할 때 자연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생태형 시설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했을 때만이 우리의 삶이 더 안전하고 풍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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