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행복사회 위한 공동체 일꾼’
겸손한 자세·봉사 소명 잊지 말아야

▲ 최창덕

천주교 춘천교구 청소년국장

어떤 지인으로부터 SNS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석사·박사보다 더 높은 학위는 ‘밥사’랍니다. 까칠한 세상 내가 먼저 따뜻한 밥 한끼를 사는 마음이 석사·박사보다 더 높다고 하네요. ‘밥사’보다 더 높은 것은 ‘감사’라고 합니다. 항상 감사하고 사는 마음은 ‘박사·밥사’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감사’보다 더 높은 것은 ‘봉사’라고 합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재능과 재물 등의 기부를 통해 나눔을 베풀면서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한 삶을 맛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밥사, 감사, 봉사’로 이어지는 내용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그냥 읽고 지나치기엔 삶의 소중한 자세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이라 여겨 나누어 보았습니다. 가톨릭의 사제로서 누구보다 ‘봉사’에 대하여 많은 말을 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정직하게 저의 삶을 들여다보면 정작 구체적인 삶 속에서 얼마나 자주 남을 위해, 특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베풀며 살아왔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제가 되겠다고 신학교에 들어가고자 다짐했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 봅니다. 신학교에 합격하고 교구장 주교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주교님으로부터 받았던 질문이 아직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주교님께서는 “훌륭한 사제되고 싶습니까?”라고 물으셨고 당연히 “네, 훌륭한 사제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온 말씀은 “훌륭한 사제되지 마십시오. 이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겸손한 사람 되십시오”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아직 사제로 그리 오래 살지 못했지만 ‘훌륭한 사제가 아닌 겸손한 사제’가 되라는 당시 주교님의 말씀은 도덕적 겸양(謙讓)만이 아니라 진정 낮은 자리에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으로 점점 더 깊이 이해되고 느껴집니다.

얼마 전 6·4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많은 후보자들이 시·도지사, 지방단체장, 시·군의원, 교육감이 되기 위하여 나왔습니다. 선거 홍보물을 살펴보니 많은 경력을 지닌 훌륭한 인물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마 모두가 자기가 가장 적합한 인물임을 드러내기 위하여 홍보하고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연설했을 것입니다. 이제 선거는 끝이 났고 당선자와 탈락자들이 구분되었습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겠지만, 모두 한걸음 물러나 스스로에게 다음의 물음을 던지기를 기대합니다. ‘과연 나는 겸손한 자세로 진정으로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기 위해 선거에 임했던가? 아니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애쓴 것은 아니었던가?’

이런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올바로 대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참된 봉사자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이번에 낙선의 아픔을 겪었더라도 언젠가 또 다른 기회에 공동체의 일꾼으로 기꺼이 부름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일찍이 예수님께서도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르10,45)’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공동체의 일꾼이 되신 분들, 앞으로 되고자 준비하는 분들 그리고 우리 시민 모두 섬기는 사람, 봉사자로서의 삶을 통해 사회를 좀 더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어 가야 할 각자의 소명이 있음을 새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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