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사회부장

6·4 지선이 끝났다. 아니, 다시 시작이다. 유권자의 선택은 끝났지만, 승자에게 주어진 권력은 이제부터 발휘된다. 다수의 유권자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승자는 거칠 것이 없다. 승자독식 구조 때문이다. 우리 정치 구조에서 모든 권력은 당선자와 당선자를 낸 집단(정당)에 집중된다. 패자와 소수가 설 땅은 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진다. 51%의 권력이 49%를 배제할 때 생기는 불협화음이다. 그보다 더 치열한 건 51% 내에서 벌어지는 그들끼리의 투쟁과 권력 분화다. 선거가 끝나면 매번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그 정점이 ‘인사’다. 6·4 지선의 뒤 끝도 다를 것이 없다.

특히 이번에는 대통령이 선두에 섰다. 여기에 시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등 권력을 향유하고 행사하는 모든 당선자들이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대통령은 이번에도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인사스타일을 선보였다. 사회통합과 화합형 인물이 아닌, 극우 보수인사로 평가받는 인물을 총리에 내정해 민심을 들끓게 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및 정부 개각 인사에서도 측근을 전진 배치했다. 물론 강원도는 또 변방으로 밀렸다. 강원도 출신 장관 내정자는 ‘무늬만 강원도’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선거 뒤 강원도 상황은 또 어떤가. 6·4 지선이 끝나고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군수 당선자를 둘러싼 인사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리품을 나누듯 권력을 향유하려는 당선자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음해와 중상모략은 일상이 됐다. 재선에 성공한 최문순 도정도 인사문제로 시끄럽다. 실체도 없는 선거 과정에서의 소문을 근거로 특정 인물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조직 내부가 내홍에 휩싸이면서 인사권자의 ‘화합, 통합, 일하는 조직’ 등의 다짐도 공염불처럼 들린다. 한 공직자는 “인사권자가 강조한 ‘인사청탁 불이익’이라는 말은 결국, ‘내 사람 말만 믿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한다.

민병희 교육감의 당선으로 진보 교육정책에 탄력이 붙은 강원도교육청도 인사 시험대에 올랐다. 도 및 시·군과의 정책적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에 걸맞은 적임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4년을 위한 분위기 쇄신도 요구된다. 교육청 내부에서는 “선거를 통해 갈라진 교육 구성원들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쇄신이 필요하다”며 “지난 4년간 쌓인 내부 피로도를 어떻게 극복하는 지가 (향후 4년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정책에 따른 피로를 줄이라는 주문이다.

시·군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선거 때마다 갈라지고 터지기 일쑤인 지역공동체는 당선자의 인사정책에 따라 또다시 극단적 운명을 맞는다. 선거에 나서는 많은 후보자들이 ‘독선과 오만’을 경계하며 ‘소통과 화합’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 단체장 얼굴이 바뀐 자치단체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당선자의 인사정책에 따라 지역민심이 모아질 수도,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선거에서 낙선한 모 지역 기초단체장은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 당선자가 무리 없이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 당선자도 지역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물론, 이 같은 주문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당선자의 몫이다. 패자는 힘이 없으니까.

광역 및 기초의회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예고됐다. 우리의 정치구조가 빚어낸 결과다. 내 사람 챙기기, 상대편 싹 자르기 등이 보편화 된 정치풍토에서 화합과 통합, 소통은 공허한 메아리일지 모른다. 그런 정치풍토를 바라봐야 하는 현실은 그래서 안타깝다. 인사가 망사(亡事)로 이어질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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