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규

한림대 교수·분권아카데미 원장

전주비빔밥, 춘천닭갈비, 수원갈비, 평양냉면. 음식이 도시 전체의 정체성을 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의 도시다. 외지에서 춘천을 찾아오는 나의 지인들은 으레 묻는 말이 있다. 어느 집 막국수가 제일 맛이 있는가? 닭갈비는 어느 집이 최고인가? 춘천에 있는 500개 넘는 닭갈비집 중에서 어느 집 닭갈비가 제일 맛이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수많은 막국수 집의 음식들을 다 시식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별 뾰족한 답도 없어서 ‘갈 만한 음식점이 한 열 군데 정도 있다’고 하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을 소개하게 된다. 춘천에 닭갈비와 막국수가 있어서 행복하다. 손님이 오면 더 신이 난다.

특히 외국인이 오면 나의 단골집 ‘축제닭갈비’ 집을 모시고 가면 한 마디로 대박이다. 돈도 별로 안 들고, ‘체험여행’ 같은 신비한 닭갈비 대접에 외국인들은 사진도 찍고 탄성을 자아내며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닭갈비가 나와 손님들을 편안케 해준다. 춘천닭갈비와 막국수에 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다. 닭갈비와 막국수가 춘천의 얼굴이지만 춘천이 그것으로 인해서 다른 도시보다 부자가 많거나 소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서민음식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닭갈비부자 없고 막국수부자가 없다. 이것이 춘천의 서민적 고민이다. 엉뚱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춘천을 닭도시’로.

춘천을 세계적인 ‘닭도시’로 만들어서 춘천 재창조를 하여야 한다. 춘천변혁 프로젝트가 바로 ‘닭도시 춘천’이다. ‘닭도시’ 춘천을 선언하며 사회적협동조합 다그로월드가 출범하였다. 2만 명의 조합원을 모아서 스페인의 몬드라곤처럼 시민조합원이 중심이 되어 춘천을 닭도시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화천의 산천어축제와 함평의 나비축제, 강릉 단오제처럼 이제 춘천을 세계적인 닭축제도시로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춘천의 상징물을 닭으로 선포하고, 도시전체가 닭으로 디자인하고 닭박물관을 세우고, 닭브랜드사업을 하고, 닭요리대회와 세계적인 닭싸움스포츠를 개발하고… 등등 다양하고 무궁한 아이디어로 춘천을 닭으로 덮어야 한다. 도시전체가 닭인 것처럼. 닭도시춘천은 여러 가지 점에서 성공의 냄새가 난다.



첫째, 춘천에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었다. 역대 시장들과는 다른 새로운 ‘닭도시시장’이 되길 바란다. 시민들이 이미 선포한 ‘닭도시춘천’을 춘천시에서 공식적으로 선포하기를 기대한다. 둘째, 레고랜드가 춘천에 곧 들어선다. 춘천레고랜드의 상징을 닭으로 그리고 닭과 닭디자인을 중심으로한 레고랜드를 조성하기를 제안한다. 셋째, 시민들이 팔을 거들고 닭도시춘천을 만들자고 다그로월드를 시작하였다. 10만 명 협동조합원을 가진 스페인의 도시 몬드라곤의 기적이 춘천에서 다그로월드 협동조합을 통해서 일어날 것이다. 넷째, 12명중 한 사람은 닭띠다. 필자가 닭띠이듯이. 닭도시춘천은 일단 닭띠들에게는 굿뉴스다. 다섯째, 이미 ‘닭도시’하면 자연스럽게 춘천을 떠오르게 된다. 닭갈비 가지고 춘천이 미래의 춘천이 되기는 힘들다. 닭도시로 변혁된 춘천이, 닭을 가지고 1차, 2차, 3차산업을 발전시키고 융합적 차원에서 6차적 닭도시산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525(꼬끼오), 5월 25일을 닭의 날로, 99(구구), 9월9일을 구구데이 닭먹는날로 지정하여야 한다. 5월 25일은 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춘천으로 오게 하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닭, 프랑스의 국조 닭, 축복의 상징 닭, 종교적으로도 사랑받는 닭, 새벽을 깨우는 닭, 이러한 닭이 춘천을 변혁시킬 것이다. 방법은 하나다. 닭과 춘천의 동일시. 닭도시춘천. 춘천닭갈비가 닭도시춘천으로 거듭나야한다. 다소 엉뚱하고 발칙해도 닭은 춘천에게 그렇게 다가올 것이다. 꼬끼오 춘천.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이 춘천에서 시작될 것이다. 닭도시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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