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화묵

강릉시의회 의장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방행정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풀뿌리 민주주의 산실인 지방자치의 기틀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주지하다시피 지방의원은 정책 결정, 지방정부의 감시와 통제, 법령 제정, 분쟁조정 및 민원 해결 등을 토대로 지역에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지방의원은 지방자치의 행위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할과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지역민심을 파악하고 주민생활 현장에 달려가 주민의 애로사항을 수렴, 의정에 반영하는 등 시민과 함께하는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 활동과 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며, 지방의회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서도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방의회가 그동안 활동한 내용이나 그 역할은 지대하지만,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인식 부족, 또는 일부 불미스러운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시민들의 눈에 올바로 비춰지지 않은 면도 있다고 본다.

올해로 재 출범한지 23년이 되는 지방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주민의 대표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필자도 의정활동을 하며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지방의원의 정당공천권 배제 문제라든지, 지방의회의 역할 제고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권 독립, 중선구제의 소선거구제로 환원, 의정비 제도의 합리적 개선 등은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 본다.

새장에서 손쉽게 얻어먹는 환경에 익숙해진 새는 그 문을 열어 놓아도 새장을 떠나지 못한다. 지방의회를 구속하고 있는 족쇄에서 벗어나 한 단계 성숙되고 확고한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하며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제 며칠 후면, 제9대 강릉시의회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강릉시의회는 시민의 대변자로서, 시정발전의 동반자로서, 미래를 지향하고 책임의정을 구현하는 정책의회가 되기 위해 부단히 매진하였고, 때로는 밤을 지새우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또한 현장에 나가서 주민들과 함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같이 나누면서 늘 보람과 열정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였다고 자부한다.

필자도 지난 12년 동안 강릉시의회 3선 시의원과 제9대 후반기 의장을 역임하며, 시민들의 성원과 애정 어린 채찍에 힘입어 더욱 각성하고 또한 분발하며 의정활동을 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물론,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후회와 아쉬움도 남지만 시민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지역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에 커다란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

특히, 2002년 초선 시의원으로 당선된 직후인 8월에 전대미문의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를 겪으며, 시민들의 애환을 함께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낸 일들과, 삼수의 도전 끝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여 시민들과 부둥켜 안고 춤을 췄던 기억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스쳐 지나간다.



또한, 지난 2월에는 강릉 기상 관측이래 유래가 없었던 눈 폭탄과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등으로 많은 고통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암흑과 같은 긴 터널에서 벗어나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또한 배려하면서 모두가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축원한다.

이제 오는 7월 1일 부터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된 지역의 선량들이 4년간의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선거를 통하여 나타난 일부 갈등과 대립들에 대하여는 소통과 화합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한편, 모든 결과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희망찬 내일을 위해 시민 모두가 하나로 뭉쳐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급변하는 변화와 역동의 시대에 시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감동 의회로, 신뢰와 희망을 주는 믿음의 의회로, 오직 시민의 눈치만 보며, 오직 시민을 위해 두려움 없이 걸어가는 강릉시의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끝으로, 지난 12년간의 의정활동을 큰 대과(大過) 없이 마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여러분과 동료 의원님, 그리고 집행부 공무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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