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정치부장

이번 6·4지선의 최대 화두는 ‘겸손한 진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문순 지사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몸을 낮춘 겸손함과 주민들을 배려하는 공손함을 무기로 재선에 성공했다.

최 지사의 일관된 콘셉트는 ‘섬기는 지사’였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워 새누리당의 조직력을 누른 것이다. ‘보궐선거에 당선된 사람과는 붙지도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궐선거 당선자는 다음번 선거의 승률이 높다. 최 지사는 이런 조건에 ‘운’좋기로 소문난 인물론까지 더해져 새정치민주연합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한 것이다.

최 지사의 ‘섬기는 스타일’은 지난 2011년 보궐선거에 당선되자마자 시작됐다. 이때문에 최 지사에 대한 인기는 남녀노소를 막론하지만 시장 상인이나 어업인, 경로당의 노인 등 서민들에게 특히 좋다. 이렇게 주민들을 ‘섬기는 지사’가 인사분야에서는 항상 ‘파격적’이다. 지난 ‘최문순 도정 1기’때 서기관을 국장급 가운데 핵심인 안전자치행정국장에 임명한데 이어, 사무관을 국장급에 해당하는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이런 최 지사가 이번에는 국장급으로 퇴임하는 여성 부이사관을 부지사에 앉혔다.1급 상당의 대우를 받는 (정무)부지사에 3급 출신의 국장이 수직상승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인사가 이어지자 도청 안팎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이다.

측근들은 “권위를 탈피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지사의 충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도청내에서는 “파격으로 포장한 측근들의 인사전횡”이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최 지사의 ‘파격적 인사관’은 방송사 사장때 권한을 PD나 기자들에게 대폭 위임한 후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큰 업무성과를 봤기 때문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고유 업무가 있는 방송사와는 달리 상명하복에 익숙한 공조직에서는 이같은 인사가 ‘약’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무원이 한 직급 승진하는데 최소 5년에서 10년이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한꺼번에 두단계를 뛰어넘는 인사를 보게 되면 조직원이 느끼는 상실감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공무원들에게 인사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보상이자 자신의 명예와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과민하다 싶을 정도로 인사에 민감하다. 공무원들이 명예를 먹고 사는 조직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조직에서 인사를 통해 적임자를 선발하면 업무의 절반은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인사가 그렇지만 특히 공무원들의 인사는 ‘만사(萬事)’나 다름없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지난 3년 내내 ‘수평적 인사’를 단행해 잡음이 끊이지 않자 최 지사는 재선에 성공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권한을 나눠줬더니 독재를 하려고 하는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며 “인사와 평가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국장 출신의 여성부지사가 임명되자 도청 안팎에서는 ‘최문순 도정 2기’에서도 1기때와 같은 인사스타일을 고수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는 조직원과 외부에 대한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잘못된 메시지’는 도정의 차질로 이어진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시작부터 ‘잘못된 인사’를 잇따라 하면서 국정동력을 상실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문순 도정 2기가 1기 때와 같은 인사 스타일을 고집하게 되면 도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인사와 같은 ‘데자뷰’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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