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호

레포츠부장 겸 뉴미디어부장

독일이 지난 14일 막을 내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 FIFA컵의 주인공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독일 언론들이 자국의 대표적인 IT 기업 SAP의 도움을 받은 빅데이터 전략이 우승의 일등 공신이라고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를 독일의 12번째 선수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는 기사를 보면 독일 우승은 스포츠에 ‘IT(정보통신)산업’을 접목시켜 대박을 친 융합산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될 만하다.

박근혜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모범적인 모델이다. 독일은 대회 개막 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팀으로 꼽혔다. 독일축구연맹(DFB)은 월드컵을 앞두고 일찌감치 SAP에 도움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SAP는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s)’란 소프트웨어를 독일 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했다.

독일 선수들은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무릎과 어깨 등에 센서를 부착했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경기에 활용되도록 했다. 독일은 지난 해 11월 열린 이탈리아와의 평가전 당시 경기장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를 통해 매 10초마다 동영상 이미지를 수집했고 코치들은 SAP HANA의 도움을 받아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곧바로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줬다. 이런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는 바로 이번 대회에서 극찬을 받은 독일팀의 탁월한 스피드로 나타났다.

SAP 시스템인 매치 인사이트 분석 결과를 토대로 평균 공 소유 시간을 3.4초에서 1.1초로 대폭 줄이면서 덕분에 속도도 향상시키고 수비 범위도 좀 더 넓게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전술이 잘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을 7대1로 이긴 4강전 경기라고 밝혔다.

독일의 성공은 앞으로 빅데이터를 내세운 ‘IT산업’이 ‘스포츠산업’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올 수 있는 ‘아우토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만들고 있다.

이를 보며 평창겨울올림픽을 4년 앞둔 강원도로 시선을 돌린 것은 직업의식의 발로일까.

‘3차 산업혁명’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 2012년 내한 강연에서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협업 관계로 엮인다”고 역설했다.

수평적인 협업과 융합이 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성장가치라는 이 미래학자의 과감한 예측은 이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의 역설은 ‘융합이 곧 경쟁력인 시대’를 맞아 평창겨울올림픽을 강원도 발전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 선 최문순 도정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최문순 도지사가 4년간 강원도 살림살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귀동냥식으로나마 알 수 있는 최근의 한 언론 인터뷰를 관심있게 읽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모델로 들며 평창올림픽을 사회적 경제 중심으로 치르겠다는 최 지사의 결심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최 지사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여름올림픽보다 보편성이 덜한 겨울올림픽’ 개최지의 도지사 위치에서 강원도 전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살핀 고심의 결과로 ‘사회적 경제’를 주목한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지금 현 시점에서 ‘사회적경제 중심의 올림픽 성공 개최’에 대한 도민들의 이해와 협력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놓고 이제 씨앗을 뿌렸다고 하지만 민간부문에서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 정책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유행처럼 되어버린 ‘사회적 경제’가 평창올림픽 성공과 공동 운명체가 되기 위해서는 당위성을 넘어서는 실질적 성과를 도민들에게 서둘러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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