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칠

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올해로 열아홉 번째 맞이하는 강원도사물놀이 경연대회를 마쳤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진흥을 위해, 지난 1996년에 처음 시작하여 내년이면 성년을 맞게 된다. 강원도사물놀이경연대회는 도내 문화원의 사물놀이 회원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이다. 문화원에서 평상시에 갈고 닦은 기량을 1년에 한 번씩 한자리에 모여 겨루는 것이다. 경연대회인 만큼, 참여하는 회원들의 진지한 자세와 뜨거운 열의, 그리고 불꽃 튀는 경연은 멋지고 신명나는 축제의 자리가 된다.

그러면서 서로의 열연에 박수를 치고 환호작약하기도 하니 이를 통해 우리는 즐거움을 나누고 하나로 화합하는 일체감도 얻게 된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머니, 아버지들이 각각의 복장으로 사물을 들고 연주에 열중하는 장면은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구태여 옛 선비들의 청백한 사례를 예거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현실에서의 역할과 소임을 다 했으면 미련의 줄을 냉정의 칼로 자르고 주저 없이 물러나는 것이 기본도리이다.

나이 들고 마땅한 역할도 없으니, 자칫하면 자포자기와 외로움과 실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복지사회를 지향하면서 고령화 현상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가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이 삶의 맛과 멋을 충족할 수 있는 시설공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중에, 아직도 문화혜택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은퇴자와 실버세대를 위한 여가문화공간이 점진적으로 확충되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문화원을 비롯한 여성회관, 사회복지관, 정보관, 주민센터 등 일반인들을 위한 생활문화공간이 많이 생겼고 신청수요가 문호를 메울 정도에 이르고 있다. 도내 18개 문화원의 경우, 연중 상·하반기로 평균 25∼30개의 취미교양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강하는 이용자들은 한 학기당 대략 1만6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의 뜻에 따라 취미와 소질을 되살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용자 가운데는 80고령의 할아버지도 계시고, 20∼30대의 젊은 여인들도 섞인 중에 대부분은 인생 2모작을 즐기는 노후세대들이다.

나이듦과 물러남으로 인한 자괴감과 실의의 심리적 좌절감을 과감히 떨치고, 자신과 용기로 희망의 화살을 쏘았으니 창조적인 기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문화학교의 수업은 진지함과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활력의 마당이요, 유쾌함과 신남이 한데 들끓는 엔도르핀 재생의 용광로이다. 나른한 권태를 장쾌한 꽹과리 소리로 훨훨 날려버리고 복잡한 번민과 시름을 묵향의 적요로 맘껏 녹여 보시라.

유쾌한 삶과 창조적인 생을 누리기에는 우리 인생 공간이 너무 좁고 시간은 짧고 유한함을 탄(歎)하지 않을 수 없기에 하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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