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결혼식을 올린 지 1년이 지나도록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에 관하여 사람들은 결혼식을 한 후 일정기간 동안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일단 살아본 뒤’ 법적 혼인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변화된 결혼풍속도 중 하나라고 설명하며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변화의 정도가 도를 넘어서면 불편하다. 변화를 선택할 때 고유의 가치는 흔들지 않는 선택을 함이 마땅하다는 말이다. 정확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정형돈 경우가 편치만 않은 것은 결혼을 너무 얍삽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결혼은 남녀 두 사람이 만인 앞에 서로에 대한 노력과 인내를 선포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결혼식과 동시에 법적인 혼인신고를 한다는 의미는 공식적인 친족관계가 발생했다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책임이 발생하였다는 의미이며 또한 그를 기꺼이 수행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다. 과연 혼인신고를 미룬 채 동거 형식으로 일정기간을 보내 서로에게 발생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변화’로서 올바른 것인지, 또한 용인될 수 있는 ‘근본외의 변화’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네 삶에서 고유가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영역은 ‘도리’의 영역이다. 자식으로 배우자로 부모로 형제로 즉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역할에 대한 의무감은 좀처럼 변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약용은 저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무릇 천륜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는 안 되고 믿을 수도 없다’고 말한다.

최근 김영범 한림대 교수가 ‘학력이 높고 돈 잘 버는 자식보다 학력이 낮고 소득이 적은 자식이 부모 부양 책임을 더 느낀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하긴 우리 속담에도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잘난 자식의 낮은 효심 원인을 ‘교육을 통한 탈전통적 규범과 가치 습득’으로 꼽은 것이 인상적이다. ‘탈전통적 가치’라는 것은 소위 ‘근본을 잃은 변화’와 동일한 말이다. 이 참에 우리는 잘난 자식 효심처럼 책임, 의무에서는 늘 아전인수격은 아니었는지 자아반성을 해 봐야겠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