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문학박사
강원도에서 출토되거나 전승되어온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보존하고 연구, 전시하는 국립춘천박물관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 개관 십 년을 넘긴 박물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성찰과 고뇌가 깊어진 한편 시민 사회의 요구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춘천박물관은 박물관의 원래 역할 외에도 전통과 관련된 콘텐츠를 가미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여 박물관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을 꾸준히 높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고민하는 것은 박물관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한번 다녀온 것으로 평생 위안을 삼는 사람들에게 박물관이 지속적인 감성 에너지의 원천이자 문화 쉼터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게 할 것인가, 또한 수시로 찾아가는 생활 속의 박물관이 되게 할 수는 없을까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물관 운영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관람객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달라야 하고, 새로운 전시유물을 선보여야 하고, 눈높이에 맞는 전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콘텐츠 연구를 심화하여 참신하고 흥미로운 참여형 체험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셋째, 관람객을 위한 편의 시설과 녹지 공간이 확충되거나 산책 길 등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박물관의 개념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응전하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이 그 정체성을 소장품 관리에서 전시로, 전시에서 교육으로, 교육에서 이제 문화를 향유하는 휴식공간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올해 우리 박물관은 자작나무와 소나무 숲속에 자연친화적인 새로운 배움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일정한 틀에 고정되어 있는 딱딱한 교실이 아니라 이 공간에 들어서면 자연과 함께 숨 쉬는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 된 ‘숲속 배움터’이다.

이곳에서는 학교와 연계하여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다양한 창의적인 프로그램, 주부들을 위한 규방묵희반이 운영된다. 또한, 강원도 인구의 상당수를 점하는 군 장병들이 우리 지역과 문화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강원도’와 ‘강원도 군복무 시절의 자기 삶’에 대해 돌아보고 사랑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박물관 병영문화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사방 유리 건물이 주는 개방성과 이입성이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만들고, 박물관과 나를 연결하고, 나의 지나온 삶과 앞으로의 삶을 자연스레 연동시켜 준다. 환경 조건이 사람의 감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이곳은 바야흐로 국립춘천박물관의 ‘변화’를 상징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

융복합이라는 말이 화두로 주목된다. 지난 토요일 저녁, 우리 박물관 야외공연장에서 춘천시 청소년문화의 집과 함께 ‘2014 드럼 치는 사람들’ 공연을 개최하여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단원들의 나이가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음악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으며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주류를 이룬 것도 변화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밤에는 우리 박물관에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에 의한 전시설명과 함께 중앙홀에서 작은 문화공연을 개최하여 박물관이 시민들 속으로 한층 다가가고 있다.

국립박물관은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는 곳이며, 지역 소재 국립박물관은 특히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함축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 여름, 방학과 휴가를 이용해 소유하지 않고도 흠뻑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러 나 자신과 가족 전체의 감성 충전 기회를 만들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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