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영서본부 취재국장직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원주 옻 명품화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명품화 프로젝트와 지역 향토기업의 참여 부진으로 어렵게 확보한 국비까지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국비 15억원, 시비 9억원, 자부담 6억원 등 모두 30억원의 혈세를 들여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에 걸쳐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옻산업명품화사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원주시와 원주옻산업명품화사업단은 첫 해 운영을 위한 법인 설립 절차 등으로 당초보다 9개월 늦어지는 행정 엇박자로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이후에도 최대 역점사업인 식품사업 실패와 평균 30%에 달하는 높은 자부담 비율로 사업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지역 향토업체까지 참여를 꺼리면서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옻 된장 등 장류에 대한 개발사업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가능하다는 재 통보를 받았지만 시기상으로 늦은 감이 있다.

사업단이 지난 2012년 집행한 예산은 당초 예산 6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억7000만원이다. 지난해에는 당초예산 10억 원과 이월 예산 3억3000만원 등 13억3000만원 중 9억 원만 사용했다.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올해(14억 원)도 예산집행이 불투명해 전체 사업비 절반 정도를 반납할 위기다.

이처럼 원주옻명품화사업의 실패와 국비 반납에 따른 후폭풍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국비를 반납할 경우 앞으로 원주시는 정부로부터 옻관련 사업비 지원을 받는데 막대한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옻 명품화 사업 실패 원인은 옻과 전혀 관계가 없는 비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옻산업명품화사업단’ 구성부터가 작금 결과를 예견하고 있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원주시가 이를 묵인한 것에 대해서도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전문성이 결여된 운영을 지적 받고 있는 사업단이 입주한 전통산업진흥센터에는 옻과 한지 등 지역 전통산업과 관련이 없는 사설 업체가 대거 입주하고 있어 운영관리 주체도 모호하다.

옻 명품화를 고집하는 원주와 달리 후발 주자인 충북 옥천군은 ‘옻 대중화’를 위해 향토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옻 산업 활성화에 나서 명품화 단계를 지향하는 주춧돌을 놓고 있다.

향토기업 없는 향토 산업은 후발주자에게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다. 이미 현장에서는 추월을 당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중화 단계를 무시한 명품화 프로젝트는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옻을 이용한 친환경 주방설계(싱크대) 등의 제품개발을 마쳤지만 5000만원에 달하는 고가로 수요층 공략에 실패하면서 단 1개의 제품도 판매하지 못했다. 일부 참여 업체는 사업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사업이 종료되면서 연속성 결여를 문제 삼고 있다. 자문위원회와 운영위원회도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유일한 성과로 거론되고 있는 옻닭 거점식당 지정사업도 높은 자부담과 홍보 불만족 등으로 제자리걸음이다.

현장을 배제한 비전문가 집단의 운영과 관련인력 태부족, 지원기관과 연계 결여, 관리·감독 미흡 등 ‘사업 표류 종합선물세트’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에는 명품화 사업 투자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사업에 대한 ‘도덕적 해이’는 물론 ‘무능력’도 함께 지탄을 받아야 한다.

전반적인 인프라 부족과 높은 자부담에 따른 지역 업체 외면으로 사업기간 중 예산 소진이 어렵다는 사업단의 거듭되는 해명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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