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원

상지대 교수

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원래의 목표에서 벗어나 대학정원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결국 지방대학 죽이기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도내 19개 대학(4년제 대학 10개와 전문대학 9개) 가운데 남아있을 대학은 기껏해야 8∼9개에 불과할 것이다.

대학이 문을 닫게 되면 지역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지역경제가 초토화될 것이다. 상가들이 문을 닫고, 하숙집과 자취방은 텅 비게 된다. 기숙사가 없으면, 지역농산물의 대량소비처가 없다. 지역의 문화와 정치의식도 쇠락할 것이다. 대학에서 하던 각종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없고 강연도 들을 수 없다. 시민운동이 위축되고 시민들의 정치의식도 낮아질 것이다. 거리는 활기를 찾아 볼 수 없게 되고, 적막한 밤거리가 조성될 것이다. 지역은 창의력 없는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 심각한 인구유출이 예견되며, 지역간 불균형 발전이 심화될 것이다.

지방대학들은 내년부터 진행되는 대학평가에 의해서 고비를 맞게 된다. 지방대특성화사업에서와 달리 대학평가에서는 지방대와 수도권대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평가한다. 지방대는 여기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처하게 된다. 평가지표가 문제인 것이다. 지방대학에 불리한 신입생·재학생의 충원율과 취업률에 과도하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의 대학평가에서는 교수의 연구실적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반영하지도 않는다. 학생들의 교육만족도 등도 반영이 안 된다. 대학의 특성과 역할이 모두 다른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지방대의 희생으로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발상이 아니면 무엇인가? 대학과 시민사회의 여론이 나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지난 8월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을 분리해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대학구조조정과 맞물려 지방대가 희생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라고 답변했다.

“지역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가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 1월 28일,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한 “수도권과 지방대 간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을 뒤집는 것으로서 아주 전향적인 발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여권 내에는 기존의 방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주장이 강하며, 김희정 의원(현 여성가족부장관)이 대표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도 상정되어 있다. 여당대표를 지낸 황우여 장관이 능력을 발휘할 때이다.

대학구조조정은 그것이 초래할 문제점들에 대해 치밀한 대책을 세우고 난 이후에 시행해야 참담한 결과를 피할 수 있다.

평가지표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여 대학을 무차별적으로 폐교할 수는 없다. 사학의 자율성과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을 갖추는 지역대학의 생존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그 한 가지 방안으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많은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강원도에서 이를 적극 추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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