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드는 일은 법을 적용하는 일보다 힘든 것이고,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어내는 일은 요리법에 따라 요리하는 일보다 어려운 것이다. 가요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표절이 반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도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일보다 이미 있는 곡을 사용하는 일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결과가 미지수임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앞서 새 길을 개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척자들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미국 역사교과서는 건국에 공헌한 인물들을 ‘건국의 시조들(Founding Fathers)’이라는 이름으로 링컨과 루즈벨트보다도 훨씬 큰 비중으로 소개한다. 개척정신에 대한 존중의 대표적 예이다. 창의적인 생각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아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존중이다.

최근 기부가 진화하고 있는데 일등공신은 바로 ‘독창적 아이디어’다 . 루게릭병 친구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동료 몇명이 놀이삼아 한 ‘얼음물 샤워(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킴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기부를 확산하고 있다. 물론 SNS가 소통의 주요 도구인 것을 십분 활용한 발상이다. 사실 이런 생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년 전에 미국에서도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부’를 접목시켜 기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려한 적 있다. 출연자들이 기부붐을 조성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고 서로 경합을 벌인 후 그 중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채택하면 재산가인 윈프리가 기부금을 내는 방식이었다.

‘인간의 행동은 마음 속 욕구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상대를 움직이는 최선의 방법은 우선 상대의 마음 속에 강한 욕구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라고 책 ‘인간의 행위를 지배하는 힘’은 말한다. 기부에서도 하고자하는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창의적 사고가 간절히 필요한 이유다. 이번 얼음물 샤워는 놀이를 접목시키면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공론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놀이는 노는 그 자체로서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고 학습효과가 높은 일이다. 근데 그 놀이의 목적이 남을 돕는 일이라니 참여 안 할 이유가 없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기부문화를 바꾸고 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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