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범

농어촌공사 철원지사장

추수 때가 다가오면서 철원평야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올 해 유달리 심했던 가뭄을 생각하니 들녘 황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더없이 반갑다. ‘가뭄 끝에 풍년 온다’는 옛 말 그른 것 하나 없다.

하지만 또 다른 어려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 해 철원군 지역은 한탄강이 바닥을 드러내는 유례없는 가뭄을 겪었다.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우리 공사 직원들 그리고 최일선에서 물길을 관리하는 수로감시원들도 유례없는 고생을 했다.

부족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새벽부터 현장을 뛰어다녔고 철원군의 식수원인 한탄강이 마르자 토교저수지 물을 한탄강으로 돌렸다. 주민들의 마실 물이 부족할 때는 광역상수도의 취수를 위한 긴급 용수를 공급했다. 가뭄 앞에서 공사, 지자체 관할지역 구분은 무의미했다.

이렇게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올 해 가뭄을 무사히 넘겼다. 하지만 ‘고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농업용수를 담아 놓는 물그릇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평년 가을 강수량을 감안할 때 연내 저수량 50%를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봄에 또다시 올 해와 같은 가뭄이 또 발생한다면 철원의 논농사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안정영농과 미래 지역발전을 위한 보다 효율적인 치수(治水)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다. 현재 농업용수 관리체계는 지자체와 공사로 이원화 되어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뭄 앞에서는 관할 구역 자체가 무의미하다. 어느 기관이 어느 구역의 물관리를 맡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되었든 물이 부족한 곳에 적기에 물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수(治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용수 관리체계가 새로이 정비되어야 한다. 철원군의 농업용수 지도를 펼쳐놓고 시의적절한 용수 공급을 위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시작된 농업용수관리 일원화 운영체제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치수(治水) 100년의 역사를 지닌 공사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본다.



또한 가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담아 놓을 수 있도록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 철원지역 최대 저수지인 토교저수지는 이번 가뭄 극복에 있어 큰 역할을 했다. 공사의 입장에서도 토교저수지는 ‘믿는 구석’이었다. 이 ‘믿는 구석’의 재해대비 능력을 더욱 높여 놓아야 한다.

수년 내에 동송·철원지구 농업용수이용체계재편사업이 마무리되면 농업용수 공급대상 지역이 2천여ha 증가하게 된다. 이는 물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토교저수지의 담수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토교저수지의 물그릇을 키워 사전에 용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높아진 담수 능력은 가뭄 극복은 물론이고 홍수 예방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식으로 처방하는 시대는 지났다. 가뭄도 마찬가지다. 치수(治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계획대로 실행하며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지역민 모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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