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봉승씨의 시 ‘남을 욕하는 손가락’에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 않을 때는 보행자였으므로 자동차를 매도하고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는 운전사였으므로 보행자를 매도하고 (중략) 모든 날 모든 것을 매도하면서 내게는 성한 곳이 없었다’라는 귀절이 나온다. 남을 욕할수록 자신이 피폐해진다는데 우리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비방에 주저함이 없다. 모든 일에 비방을 서슴지 않지만 비행을 저지른 자녀 때문에 그 부모를 욕하는 일은 삼가야 할 일이다. 자식 키우는 부모치고 자녀의 일탈에 완전 자유로울 사람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자식 때문에 곤경을 치른 부모가 가질 수밖에 없는 근신의 시간이 잘못 키운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학자 정이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행복이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다며 인생삼불행(人生三不幸)을 말한다. ‘소년등과 석부형제지세 유고재능문장(少年登科 席父兄弟之勢 有高才能文章)’이 삼불행의 내용이다. ‘소년등과’는 출세가 빠르면 거만하게 되어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고 ‘석부형제지세’는 대단한 부모형제를 만나면 그들만 믿고 오만해지는 것이 불행이 된다는 말이다. ‘유고재능문장’은 재주와 능력을 믿고 안일함에 빠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책 ‘삼분고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생삼불행의 교훈은 아무리 행복한 조건이라도 삶의 성숙함과 깊이가 수반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 조건이 독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많이 가졌다는 교만이 잘못 살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겸손과 책임을 습득해야 어설픈 특권의식으로 삶을 망가뜨리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최근 SK그룹 회장의 차녀가 해군 장교에 지원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재벌가의 딸이 탐험정신과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리더십을 배우고 싶어 도전한다는 뉴스가 기분 좋은 힐링을 선사한다. 그런 환경에 그런 선택을 하는 자녀가 매우 귀한 까닭이다. ‘우리가 마주칠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어느 시간에 대한 보복이다’라는 나폴레옹의 충고가 자녀교육에도 해당됨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계층의 부모든 심은 만큼 거두는 것이 자녀교육이라는 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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