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교제시 상대방이 하는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은데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동하기는커녕 결코 다시는 대화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말하는 태도가 자기독단적이고 일방적임은 물론 예의 또한 없는 경우가 그 경우다. 사람의 말에 공감하느냐 아니냐는 대화의 진위나 주장의 어필함보다는 끌릴 수 있는 감정에 우선 좌우된다. 신뢰가 가지 않으니 어떤 이야기도 들리기 만무하고 들리지 않으니 동조하기는 꿈꿀 수조차 없다. 감히 주장해 본다면 싸가지 없는 사람과는 함께하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국민감정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이나 정치세력 간의 감정 갈등이 한국 정치의 주요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걸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2005년 저서 ‘한국논쟁 100’에 나오는 말이다. 상호 비방 경멸 불신과 같은 감정상의 문제가 정치퇴보의 원흉이라는 그의 주장이 최근 다시 그의 책 ‘싸가지 없는 진보’를 통해 등장했다. 책은 싸가지가 없는 현상으로 경우없이 무례하고 도덕적 우월감과 표리부동 빈번한 것을 꼽고 싸가지 없는 정치인물 중 하나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거론한다. 한 사람의 실명으로도 대충 싸가지 없는 정치인의 언행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림이 그려진다.

싸가지 없는 정치인들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요사이 튀는 정치인이 많아지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이런 아류의 사람들은 어떤 주목이냐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그저 대중적 관심이라는 사실에 만족한다. 싸가지 정치인이 줄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의 좋은 삶을 보장하고 최고선을 지향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치의 목적 내용 방법이 도덕적으로 온당하지 못하면 민심은 돌아앉는다. 옛 성인들이 정치에서 덕을 중요시하고 신의와 의리에 초점을 맞추는 등 근본을 강조한 것도 바로 같은 연유다.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정치인들 모두는 우선 된 사람이 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섣부른 수기만으로 치인을 할 수 없다’는 장자의 말이 금과옥조다. ‘성찰이 이긴다고 믿어보자’고 책도 주장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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