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섭

경제부장

요즘 서민들의 관심은 단연 ‘세금’이다. 대체휴무제로 길게는 5일 가까이 추석 연휴를 보낸 국민들에게 정부는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인상 이유는 국민들의 건강이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여기에 담뱃값 인상안 발표 하루 만에 정부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안을 추가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연이은 증세 정책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증세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명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증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가시지 않고 있다.

담뱃값은 내년 1월 1일부터 2000원 인상된다. 또 앞으로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오르는 ‘물가연동제’도 도입된다. 금연 정책 강화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정부의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면서 담뱃값이 인상되면 세수가 연간 2조8000억원 확대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세수 확대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거센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담뱃값에 지방세(담배소비세 및 지방교육세)가 포함돼 재정자립도가 낮은 도내 지자체에 도움이 될듯 싶다. 하지만 비싸지는 만큼 소비량이 감소하게 되고 오히려 ‘복지 디폴트’를 우려하는 시군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정부가 담뱃값의 13%를 차지하는 개별소비세를 국세로 신설, 지방세의 몫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세수 증대 효과 2조8000억원의 대부분은 국세 몫이 되면 지방정부의 곳간은 더욱 곤궁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담뱃값 인상안 발표로 시작된 ‘증세’논란은 최근 ‘서민 증세, 부자 감세’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흡연인구 중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한 서민들의 체감온도는 싸늘하다. 특히 개별소비세는 사치성 품목, 소비억제 품목, 고급 오락시설에 부과되는 세목으로 예전에는 특별소비세로 불렸다. 이런 세목이 담뱃값에 신설됐다는 것은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주민세도 직접세인 지방세이지만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세대주에게 동일한 액수로 일괄 부과되기 때문에 서민에게 더 부담이 된다. ‘세금’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서민들로서는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때 단행한 재벌과 대기업의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감면 조치 등 부자 감세는 유지된 채 단행되는 서민 증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서민 증세, 부자감세’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개정안 내용은 조부모가 손자나 손녀 한 명당 1억원까지 교육비 명목으로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부자들의 증여세를 낮춘다는 희한하고 황당한 법안이 담뱃값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으로 시름에 빠진 서민들에게 자괴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조세 부과와 징수에서 국민의 원망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소득 재분배를 통해 서민들의 고충을 줄여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요즘 정부는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더 악화시키고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드는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민초(民草)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귀 기울이는 정책이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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