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며 외모를 확인하듯이 사람이 내면을 비쳐보는 거울이 있다. 사회학자 쿨리(Cooly)가 주장한 ‘반사경 자아 looking glass self’가 그것인데, 반사경 자아란 다른 사람에게 비친 자기자신을 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반사경 자아로 나를 깨닫고 싶을 때는 타인에게 어떻게 비쳐졌는지, 타인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쿨리는 인간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의식을 형성해 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의 모습에 비친 나를 깨닫는 ‘반사경 자아’는 의미있다고 강조한다.

남의 눈에 새겨진 나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통찰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많은 유명인들이 부지불식간에 생긴 유명인이라는 완장 때문에 사람들이 인지하는 자신과 스스로 느끼는 자신이 큰 괴리감이 있는데 그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는 큰 사람이라는 자가당착에 빠져 산다. 그들은 완장과 권력이 주는 마약 같은 힘을 경계하지 않아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몇년 전 119에 전화를 걸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소방관에게 ‘도지사가 이름을 묻는데 대답을 안해?’라고 호통을 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도지사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등의 비난과 함께 각종 패러디까지 양산할 정도로 조롱거리였던 기억이 있다. 완장 찬 사람이 다른 사람이 자신의 힘을 무소불위라 느낄 것이라고 착각했을 때 생겨나는 일이다.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도 30여분을 기다리다 지친 대리기사가 다른 일을 하러 가겠다고 하니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국회의원이라구? 그래서 뭘 어쩌라구’가 대리기사의 생각이었고 국민전체의 생각이었을 것인데 정작 본인만 모른다. 국회의원들 모두 국민들에게 혹은 지역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 반사경 자아를 작동해 볼 시점이다. 정치능력은 차치하고라도 상식에 어긋난 언행은 없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힘을 빼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내가 누군지 알어?’라는 못된 자만심이 있는 한 결코 성공한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세상을 바꾸는 리더십은 완장 찼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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