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초보생들은 올라갈 때는 언제나 바로 앞에 것만 집중하지 정상을 쳐다보지 못한다. 다른 것을 살필 능력이 없어서다. 즉 눈앞에 가파른 언덕이나 계단이라도 보이면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힘겨움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산의 위대함은 거리를 둬야 보인다는데 그러니 바로 앞 한발자국만 바라보는 등산에서는 산의 절경을 느끼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상에서 정점을 찍은 후에는 급 반전이다. 전체를 바라보면서 잃었던 대화도 하고 여유있게 주변을 즐기며 내려올 수 있다. 고은 시인의 시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읊조릴 수 있는 상황이 최고 기분을 만든다.

등산과 하산이 힘든 정도가 다른 것은 육체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뭔가 꼭 이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하산이 편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소위 내려놓는 마음이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관조를 그리고 오히려 더 큰 역량을 돌려준다는 말이다. 노래 오디션 프로를 볼 때마다 전문가들이 일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으니 목소리에 힘을 빼라는 말이 그것이다. 긴장감이 실력발휘를 저해할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하라는 것인데 경쟁을 눈앞에 두고서는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승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죽기 살기로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꺾는 일도 빈번히 목격된다. 한 템포 늦추는 것이 때로는 치열한 경쟁에서조차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무엇을 보려는 마음이냐에 따라 같은 사물이 다르게 보임은 누구든 한번쯤 경험해 본 일이다. 송기원 시인은 시 ‘꽃이 필 때’에서 ‘지나온 어느 순간인들 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 어리석도다 내 눈이여. 삶의 굽이굽이 오지게 흐드러진 꽃들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니.’라고 말한다. 강원도 산하가 예쁜 물이 들어가고 있다. 세월호 사태 등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올해인 만큼 대한민국 전체가 아름다운 강원도 자연을 통한 힐링이 필요하다. ‘겸손하고 느릿한 삶을 살아라’는 교황의 말씀을 꺼내보면서 자기를 그리고 타인을 다독거릴 시간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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