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종교적 맹신에 가깝다. 돌 되기 전부터 감각을 가르치기 위하여 딸기를 으깨게 하는 놀이를 시키는 등 유난하다 싶은 체험들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 너무 일찍 교육을 시작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정작 초등학생 때에는 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몰아치는 광풍이다. 하긴 학부형 시절 열성엄마들을 보면서 심한 자책을 했던 기억이 필자에게도 선명하다. 결국 대한민국 부모에게 자녀교육은 벗어날 수 없는 몰입이고 기꺼이 해내야 하는 희생이다.

자녀 한 사람을 대학졸업까지 시키는 데 드는 양육비가 대략 2억7000여만원이 든다는 연구가 있었다. ‘자식 키우느라 등골이 빠진다’는 말은 결코 헛말이 아닌 듯한데 젊은 부모들 또한 대물림하듯 자식교육에 올인이다.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 내에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높은 교육열 때문이었음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러나 그 교육열을 그저 칭송하기에는 마뜩지 않은 부분 또한 있으니 바로 과도한 교육비 지출이 노후빈곤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1위인 것이 여럿 발표되었다. 학부모 부담 공교육비 비율, 고등교육 이수율, 그리고 노령화속도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주목해 볼 만한 1위 항목이다. 이 일등들을 연결시켜 보면 평균적인 대한민국 부모들의 전형적 삶에 대하여 추론이 가능하다. 즉 ‘수입의 상당부분을 공교육비 사교육비로 지출해 고학력 자식 만들어 놓고 정작 부모들 스스로는 별 노후대책 없이 엉겁결에 노년을 맞이해 인생 후반기를 빈곤하게 살아가게 된다’는 스토리가 그 추론인데 이 추론을 입증하는 지표가 최근 발표되었다.

국제노인인권단체가 노인의 날 보도한 노인복지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을 말하는 ‘소득보장’ 부문이 96개국 중 80위로 노인이 가난한 나라다. 맹자는 노인이 비단 옷을 입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나라야 말로 왕도가 트인 나라라 말한다. 그냥 정치도 제대로 안 되는데 인(仁)과 덕(德)이 기본인 왕도정치까지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라는 현실이 많이 부끄럽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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