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광희

강원조달청장

국민들의 주거형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중은 1980년 4.5%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53.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원지역은 1.2%에서 49.1%로 변화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아파트 관리 비리 관련 기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고,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 관리비리 및 부실감리 신고센터’에 한 달 새 96건의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기사도 보인다. 인구의 절반이상이 살고 있고 그 관리비용에 연간 12조원이 쓰인다는 아파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실 아파트 관리 비리는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웬만한 아파트치고 관리비 문제로 얼굴을 붉히지 않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를 책임지는 소장과 입주자 대표회의가 있다. 이 둘이 아파트 관리의 주체라 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 비리를 없애려면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허나 현실적으로 보면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파트를 관리하는 대리인이 주인의 무관심과 주인보다 많은 정보를 통하여 주인의 이익 창출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주인인 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리인인 아파트관리사무소 등이 부당하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아파트 관리 비리와 부당한 평가를 막을 원천적인 방법이 없을까? 그 해결책의 한가지로 조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나라장터’를 통한 투명하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입찰을 들고 싶다. 나라장터는 2002년부터 조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조달시스템이다. 도입 이후 공공조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관공서 방문, 종이서류의 감소 등으로 연간 9조원 이상을 절감하는 등 그 효율성도 입증됐다.

올해 10월 1일로 나라장터를 민간에 개방한지 1년여가 지났다. 실제로 나라장터의 민간개방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2000여개의 아파트 단지가 이용자 등록을 하였으며 총 300여건, 230억 원 상당의 전자입찰이 진행되었으며 전체적으로 약 10.7%의 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부터는 나라장터를 이용하는 민간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표준 입찰공고문을 마련해 제공한데 이어 내년부터는 전자입찰뿐만 아니라 전자계약, 대금지급청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민간전용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민간이용자들이 나라장터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시스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 강원지역 아파트관리사무소의 나라장터 이용현황은 썩 좋은 편만은 아니다. 전체 이용대상 아파트 단지의 약 10% 정도만이 이용자 등록을 한 상태이며 실제적인 전자입찰 공고 역시 14%정도에 그치고 있다. 필자는 동해시의 한 아파트관리사무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수도미터 구매 등 5건의 전자입찰을 통하여 약 20% 정도의 예산절감 효과를 봤다고 했다. 이러한 예산절감의 효과는 곧바로 입주민에게 간다. 매달 나오는 관리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예산절감의 효과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입주민의 반응도 좋아 전보다 입주민을 대할 때 좀 더 떳떳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효과를 좀 더 많은 강원도내 주민들이 누리기 위해서는 아파트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관심과 신뢰가 중요하다. 더 나아가 주민 개개인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이웃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현 시대이지만 적어도 이웃끼리 ‘비리’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를 개방된 나라장터의 이용으로 해결해 보자.

투명하고 공정한, 게다가 효율적이기까지 한 나라장터. 나라장터의 이용을 통하여 신뢰하는 공동체의 회복, 더 나아가 내가 사는 아파트를 ‘청렴하고 좋은 아파트’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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