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도무지 즐겨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매일 접해야 하는 경우가 그 경우다. 일례로 일전에 이혁재가 사업 실패 때문에 집이 경매에 붙여진다는 기사가 컴퓨터 핫 클릭 상위로 등장했다. 이혁재는 2010년 인천 유흥주점 여종업원 폭행 사건으로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 연예계 컴백을 시도하고 있지만 별 관심을 못받는 연예인이다. 이혁재 집 경매같이 흥미롭지도, 교훈적이지도 않은 기사에는 ‘그래서 어쩌라구’가 절로 나온다.

지난번 김현 의원과 대리운전기사 관련 칼럼을 쓰면서 제목을 ‘그래서 뭘 어쩌라구’로 달았다. 사회적약자인 대리기사한테조차 국회의원 무소불위 완장을 과시하던 김현 의원의 오만함을 비아냥으로 질타하기 위해 쓴 말인데 꼭 이 말은 아닐지언정 이 뉘앙스와 비슷한 말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근데 일면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일상으로 쓰여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은 타인을 향한 우리네 마음이 냉소적이고 닫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채근담의 말도 있는데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알록달록 나무들이 초절정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달 10월에 비해 11월은 저물어가는 황량함에 쓸쓸한 달이다. 그래도 인디언은 11월을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희망있게 표현한다. 세월호와 연이은 안전사고 때문에 국민 모두가 움츠리고 산 한해다. 남은 두 달 좋은 갈무리를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내 삶의 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정스님은 따지고 의심하는 머리가 아니라 열린 가슴에서 나오는 삶이 질 높은 삶이라고 말한다. 정신의학자 프린츠홀른은 현대인을 ‘잡다한 지식들로 머리통만 커지고, 자기위주여서 남을 배려하는 가슴이 사라진 데다, 말초 감각만 발달하여 국부가 커진 기묘한 몰골’이라고 표현한다. 계산이 배제된 따듯한 가슴으로 사람들을 보듬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이 계절의 쓸쓸함을 극복한다. 파스칼은 마음 속 공허감은 우리 내부 생명력의 새로운 발동과 실천으로서만 치료되고 보충될 수 있다고 우리들을 설득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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