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201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둔 5일 중국 베이징의 하늘은 이번 주 들어 사흘째 쾌청하다. 마치 우리의 가을 하늘처럼 구름 한점 없어 자금성 뒤편 경산에서 멀리 만리장성이 자리잡고 있는 팔달령이 보일 정도다. 중국 당국은 APEC을 앞두고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는 등 환경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만성적으로 스모그와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베이징은 외국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늘부터 땅까지 모두 마친 셈이다. 기자가 연수중인 인민대 캠퍼스는 쾌청한 하늘만큼 활기차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국력을 상징하듯 학생들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G2로 자리잡은 중국을 공부하러 서방에서 유학온 학생들은 이제 익숙한 캠퍼스의 풍경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Xi zinping)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OX시대, 미국과 중국의 G2시대로 평가된다. 인민대에서 만난 동북아 전문가, 주중 한국대사관의 고위 외교관, 베이징주재 대외통상 전문가들은 OX와 G2시대 한국의 미래를 ‘불확실성’으로 요약하고 있다.

동북아 전문가들은 1990년대 냉전 종식후 동서는 새로운 질서 구축기에 접어들었으며, 냉전이 잔존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북핵개발을 계기로 미국은 굴기하고 있는 중국을 경계하며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후원하고 있고, 중·일 영토분쟁에서 일본의 편을 들고 있다. 일본 역시 중국의 부상을 겨냥해 자위대를 노골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영토와 역사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일을 압도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축인 한국에 대한 구애는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가입 요청은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통화 스왑 등을 통해 경제영토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의 대립속에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과 AIIB 가입을 놓고 양 강대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북한도 김정은 체제 출범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베이징대 교수는 지난 5월 김정은 노작 발표이후 북한은 개혁개방을 추진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북한 전역에서 19개의 경제개발구가 조성중이며, 식당과 봉사소에 대한 개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나진 선봉에 조선족 기업가가 투자한 두만강은행에는 거액의 뭉칫돈을 들고 오는 북한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북한식 개혁개방을 북핵과의 병진노선으로 인식하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상 전문가들은 대중교역에서 호황을 누리던 한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28%에 이르던 교역 증가율은 2009년이후 2012년까지 6.4%를 거쳐 2012~2013년에는 1.9%까지 곤두박질쳤다. 더구나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가공무역(49.7%), 보세무역(15.8%)에 집중된 반면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성은 취약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미·중 강국의 각축이 치열해지고, 일본의 오만이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북핵을 머리에 얹고사는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21세기 ‘조선책략’은 과연 무엇일까? 베이징에 머물며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줄곧 뇌리를 떠나지 않은 고민의 핵심이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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