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리더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90년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1992년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가요계의 선두가 된 그는 1996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 뒤 소소한 활동만을 해왔던 그가 올해 9집 음반을 발표했지만 마니아 팬층의 환호 외에 대중적 주목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과거 인기에 비하면 부족한 성적이다. 자기노출을 극도로 피하던 그가 요즘은 예능 프로, 심야 음악프로, 하물며 뉴스 인터뷰에도 나와 자신을 세상에 어필하고 있다. 변화된 그를 보며 새옹지마 인간사에 영원한 일등은 없음을 깨닫는다.

그 자리에는 그 사람 이상의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일등이 부재하면 또 다른 일등이 늘 등장하는 것이 세상사이다. 따라서 사랑을 많이 받았던 연예인일수록 한 번의 부재라도 부재라는 공백은 삶을 완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치열하게 얻은 자리일수록 치열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촉즉발의 변화 가능성을 늘 의식해야 하는 연예계 생태 속에서 고정 팬들의 지지를 8년 이상 받고 있는 무한도전이 일부 구성원들의 범법행위에 흔들리고 있다. 음주운전 장본인 노홍철이야기다. ‘사람이 큰 도덕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지 모르지만, 작은 도덕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일은 꽤 많다’고 공자는 말하지만 공인은 작은 도덕이든 큰 도덕이든 늘 조심하며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마땅한데 본분을 잊었다. 사실 무한도전은 오락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방송사에 남길 정도로 귀한 프로다. 여럿이 서서 사회를 보는 것도, 망가질수록 사랑을 받는 것도, 연예인이 민낯을 공개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보편적 인식을 만들어준 것도 모두 ‘무한도전’이 원조 역할을 톡톡히 한 덕택이다.

위기는 절박함으로 해결방법에 접근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진정한 반성이 수반되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재가 공백으로 이어지는 연예인의 위기는 회복불능을 야기하기도 한다. 명성을 얻는 일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 명성을 유지하는 일임을 증명해 보인 노홍철이 운명을 가르는 실수를 했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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