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견이지만 나이들수록 딸이 참 좋다. 어떤 속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솔한 친구 느낌이다. 엄마인 내가 외지의 딸에게 전화를 걸면 딸은 내 목소리만 듣고도 지금 엄마가 원하는 것이 위로인지, 격려인지, 아님 걱정인지 즉각 알아채고 시시비비에 상관없이 내 비위에 맞게 감정적 동반을 한다. 섬세한 딸이기에 가능한 반응이고, 서로의 감정에 오래 익숙한 모녀이기에 나눌 수 있는 교감이다. 물론 시집간 딸 치다꺼리가 끝이 없는 친구들은 딸 때문에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비명을 지르지만 이 역시 내 귀에는 행복한 비명으로 들린다. 육체는 피로하지만 최소한 정신적으로 공허하지는 않아라는 자랑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모성애의 기본은 보듬어주고 위로를 주는 안식이다. 우리가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부터 먼저 찾는 이유다. 그러나 모성애 이상을 주고받는 관계, 바로 딸과 엄마의 돈독한 교류가 딸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엄마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중략) 이 몸이 얼마나 사랑받는 몸인데, 넘치게 사랑받은 기억은 아직도 나에게 젖줄이다’라며 고 박완서씨는 자신이 글을 잘 쓰는 원천은 ‘엄마사랑’이라고 회고한다. 성악가 조수미는 시를 좋아하는 엄마에게서 예술성을 이어받았다고 술회한다. 김연아 엄마는 김연아를 키워낸 책에서 ‘연아는 내 전공이었다. 나는 연아에 대해 공부했고 연아에게 헌신했다’고 말한다. 모녀의 감성적 소통이 딸들 성공의 일등공신임을 일깨운다.

‘21세기는 지식 못지않게 감성도 중요시될 것이다’고 앨빈토플러는 말한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남다른 감성은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다. 최근 영국 서레이대학은 여성의 풍부한 감성은 엄마 대화방식 덕분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엄마들은 딸과 대화시 아들과의 대화 때보다 감성적인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감성적인 주제 또한 자주 선택한다는 것이다. 무심함이나 밀어냄이 많은 아들보다 착착 감기는 딸이 엄마를 훨씬 잘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엄마에게 전수받은 딸의 감수성이 일을 성공리에 수행하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반갑다. 엄마파워가 재조명 되는 것 딸이 있어 가능한 이야기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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