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주말드라마에는 자식들에게 ‘불효소송’을 건 이야기가 나온다. 자식키우기에 올인했던 홀아비 아버지가 자식들의 싹 수 없는 행동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자 특단의 대책으로 내린 소송이다. 몇년 전 김수현 작가가 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주인공 엄마는 60이 넘은 나이에 독립을 선언하며 혼자 사는 것을 실행한다. 일상적인 ‘엄마’ 역할이 너무 버거운 것이 주인공 엄마의 독립선언 이유인데 엄마는 다 그런거지 뭘 그걸가지고 야박하게 그러느냐는 층과 오죽했으면 그러겠느냐는 층의 갑론을박이 거셌던 기억이 있다.

두 드라마에 등장하는 극단의 처방은 드라마이기에 가능할 뿐 대한민국 사회문화 정서상 부모들이 자식에게 매몰차게 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는 무조건 희생하고 그 희생을 받은 자녀는 다시 자신의 자녀들에게 희생하고 식의 대물림 부모자식 문화가 자식에게 확실한 선을 그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온 까닭이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들은 부모에게 기대며 동시에 밀어낸 자식들에게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경종을 선사한다는데 그저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것도 알아듣는 자식에 한에서이다.

자식에게 헤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식 유대감이 부모들의 노후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작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50, 60대는 자신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는데, 고용불안과 노후준비부족에 따른 경제적 불안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엊그제 한 KDI 연구위원은 은퇴가 코 앞인 대한민국 50대들의 노년은 암울하다고 발표했다. 미래준비가 부족해 ‘은퇴빈곤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보고서가 당연하다고 한들 이 연령의 보편적인 가장들은 속수무책이다. 자녀들의 졸업 취업 결혼이 늦어지면서 50, 60대 부모의 상당수는 아직 자식 치다꺼리를 마무리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부모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식을 독립시키지 못하는 것도 이어져 온 문화다. 우리 생각 감정 가치의 근간이 되어온 문화를 바꾸기가 쉽지 않음을 감안할 때 50, 60대 암울한 노후를 대비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난제 중 난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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