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사회부장

DMZ에 대한 평화적 활용방안은 지난 1970년대초부터 시작됐지만 북한의 부정적 반응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DMZ내에 이산가족면회소와 민족문화관 등을 설치하는 ‘평화시 건설’이 제의됐고, 김영삼 정권에서는 DMZ자연공원화가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가진 남북정상회담에서 DMZ내 남북 소초와 중화기를 철수하고 평화적으로 이용하자고 제안했지만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시기상조”라며 거부당했다.

이명박 정권 역시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처럼 DMZ를 활용한 사업은 명칭을 달리하면서 정권이 바뀔때마다 추진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은 그린데탕트를 향한 역점사업이다.

역대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차이점은 기존 제안들이 ‘레토닉’에 가까웠다면 박근혜 정부의 제안에는 실천의지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원칙과 협상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동안에 실천의지는 사라지고 역대 정권처럼 ‘레토닉’에 머물 가능성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DMZ내 일부 지역을 평화지대로 전환하고 이를 토대로 평화공원 조성, DMZ전역의 평화지대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확대되는 것을 목표로 한 박근혜 정부의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은 강원도민들에게도 주요 관심사다.

고성을 통한 금강산관광사업이 중단된 지 6년이 넘은 상황에서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은 고성지역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 지역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60년 넘게 접경지라는 이유로 ‘분단비용’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접경지역 주민들은 갖가지 규제를 안겨줬던 접경지에 대한 보상차원에라도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이 추진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접경지역이 면적의 60% 이상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고 산지나 농지에 대한 이중삼중의 규제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은 ‘한반도를 갈등지역에서 신뢰지역으로 전환시키자’는 구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최근 연구조사에서 군사규제로 인한 도내 접경지역 토지의 자산가치 손실액이 6조4000억원에 달하고, 생산손실액은 연간 1조 7000억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분단으로 인한 불이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은 현실적으로 지역경제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이유로 도내에서는 철원과 고성, 경기지역에서는 파주가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북한과의 협상이 남아 있고 국회에서 예산이 깎여 나가는데도 이들 후보지역들은 지역간 갈등을 불사하면서 유치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때문에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이 접경지역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DMZ세계평화공원을 어느 곳에 유치하느냐를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을 계기로 접경지역 10개 시군이 협력해서 항구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이 분단비용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접경지역 지자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접경지역 자치단체장들이 모여서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평화정착의 축제로 만들자는 선언을 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DMZ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을 접경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로 만들어야지 분열해서는 안된다.

접경지역이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분단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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