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만 해도 대한민국 산과 들 전부가 온통 물감을 뿌려 놓은 듯이 한 폭의 그림이더니 이제는 쓸쓸함이 그득하다.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니 고즈넉한 갈색 경치가 당연하기도 하다만 아름다움이 사그라지는 것은 언제나 서운하다. 그러나 이런 마음이 들 때 우리를 위로하는 시가 있다. 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중략)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말한다. 이 시에는 소중한 것을 쓸어가 버릴 정도의 큰 슬픔, 이것 또한 지나간다는 구절도 함께 나온다. 결국 세상적 희로애락은 영원하지 않는 일이니 일희일비(一喜一悲) 말 것을 교훈으로 전한다. 개인마다의 느낌으로 다르게 마무리되는 2014년, 마음 속 아픔은 빨리 털어 극복하고 기쁨은 더 낮아지는 겸손함으로 각자를 보듬어야겠다.

한해가 지나가는구나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일들이 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보이는 재수학원 선전 현수막은 새로운 준비를 알리는 것으로 한 해의 끝자락을 보여준다. 즉 마무리와 시작은 결국 하나라고 격려한다.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지나간다 싶더니 12월 첫날부터 바람이 거세고 낙엽도 휘날린다. 이해인 수녀는 시 낙엽에서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중략)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라고 말한다. 지는 것이 그냥 지는 것이 아니라 이 역시 새로운 것을 잉태하기 위한 것이라는 ‘끝자락’의 철학적 의미를 표현하기에는 ‘낙엽’이 제격일 듯싶다. 낙엽이 늦가을 초겨울 상징물인 이유다.

낙엽 밟는 소리는 마음의 안정과 기분을 좋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최근 발표되었다. 배명진 소리공학연구소장은 낙엽이 잘게 부숴지면서 나는 소리는 고주파로 정신을 맑게 그리고 쾌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낙엽 밟는 소리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울이 본격적으로 깊어지기 전인 지금이 최적이다. 낙엽 위를 걸으며 그 소리로 마음을 힐링하면 이 한해 뭐가 넘치고 뭐가 부족했는지 깨달아질 것 같다. 낙엽이 주는 행운을 이 겨울에 제대로 누려봐 야겠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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