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인

고성군 토성면장

고성군 토성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의 얘기이다.

올해 4회째인 정월대보름맞이 토성면민 화합 노래자랑 대회가 폭설로 인해 연기를 거듭하다가 지난 3월2일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온 면민의 흥겨운 노래소리와 함께 희망의 등불 날리기로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뜻 깊은 행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이었다. 그동안 면민의 호주머니와 출향인사들의 헌금으로 치르다 보니 한계에 다다랐다. 위원회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소득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비교적 값이 좋은 서리태(콩)를 공동경작해 그 소득으로 면민 화합노래자랑을 치르자는 의견이었다.

일단 의견은 모아졌으나 콩을 심을 만한 장소가 여의치 않았다. 하천변 제방에 중장비를 함부로 댈수가 없었고, 그 딱딱한 뚝을 누가 일구며 쉴 새 없이 돋아나는 김매기는 누가 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위원장의 논두렁을 택했으나 콩이 논두렁을 관리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의견에 따라 이 방안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수소문 끝에 원암리에 4000여평의 폐천 부지를 알아냈다. 관계자와 협의 끝에 무리없이 2000평을 얻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밭갈이와 비닐씌우기는 물론 씨앗 파종과 콩묘 보식을 마쳤다. 잔가지가 많아야 콩이 많이 달린다는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콩순치기를 결행했다.

지난 8월14일 아침 면장실로 부위원장의 급박한 전화벨이 울렸다.

2차 순치기 작업을 하는 도중에 옆 회원과 사인이 맞지 않아 위원장의 손이 예초기에 잘려 나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달음에 현장에 달려가보니 위원장의 오른손이 네조각으로 절단된 것이다. 인근에 있는 속초소방서 119의 신속한 처방과 후송으로 원주기독교병원에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장시간의 봉합수술이 이루어졌다. 현재 위원장의 오른손은 형태를 갖춘 채 속초의료원에서 재활치료을 하고 있다.

대형사고에도 불구하고 가을의 여신은 콩을 누렇게 잘 익게 했다.

지난 11월 중순부터 자치위원들과 경동대학교, 종교단체 등 다수가 수확에 참여했다. 수확 과정에서 일손이 없는 농민이 심은 2000평을 포함해 모두 40000평의 콩을 수확했다. 콩대 말리기와 탈곡, 선별과정을 거쳐 말리기 작업을 모두 끝내고 지금 자루에 담겨있다.

김형모 토성면 주민자치위원장님이 퇴원하는 날에는 눈물로 얻어진 서리태가 제5회 토성면민 화합노래자랑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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