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섭

한국폴리텍Ⅲ대학장

40여 년 전 장교로 임관하여 처음 배치받은 부대의 경례구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부대의 경례구호는 ‘하~자’ 이었다. ‘하~자’가 경례구호이자 그 부대 지휘관의 지휘방침이었다. 그 지휘방침의 첫 번째 실천사항이 ‘주인으로서 하자’ 이었다. 당시에 왜 주인으로서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돌이켜보면 그 때 그 시절이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나름대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충일하였고 정의로움이 충만하여 무엇이든지 옳다고 생각되면 스스럼없이 받아들인 가운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순수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때부터 중국 당나라의 임제록(臨濟錄)에 나와있는 수처작주(隨處作主·어디서든 주인이 되라)를 마음속에 새겨두고 실천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써왔다.

내가 몸담고 있는 캠퍼스를 둘러보다 보면 가끔은 도대체 이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쓰레기와 휴지 그리고 담배꽁초가 여기저기서 목격되곤 했다. 그래서 매년 학기 초에는 어김없이 주인의식 고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어 공감대가 형성될 즈음 되면 어느새 캠퍼스는 깨끗한 모습으로 변해 있어 학생들은 물론 캠퍼스를 찾는 이들에게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반적으로 주인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조직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인식하여 스스로 조직을 위해 무언가를 위해 애를 쓰고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식을 일컫는다. 따라서 스스로 주인이라 생각한다면 권한이 주어진 만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에 반하여 머슴은 권한이 없으므로 책임도 없다. 권한과 책임이 없으므로 모든 것을 주인에게 의지하고 맡겨야 한다. 그러므로 머슴의식은 자유가 없는 노예근성이라고 볼 수 있으나 주인의식은 자유와 자존(自尊), 자립정신의 기초이고 발현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주인의식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사회가 권리를 요구할 때는 모두 주인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모두 머슴이 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어느 전자제품 회사를 방문했을 때 회사 내부 곳곳에 직원들의 시선이 갈만한 곳에는 영락없이 ‘GREAT COMPANY, GREAT PEOPLE’ 이라는 표어가 부착된 것을 보고 적이 놀란 적이 있다. 안내하는 직원을 포함하여 모든 회사원들이 활기가 넘쳐 있었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치솟았고 매출액은 급증했다. 모름지기 직원들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이 회사를 무한 사랑했던 결과임이 분명했다.

성경에도 먼 길을 떠나는 주인이 종들을 불러 각각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 씩 주고 나서 오랜 후에 주인이 다시 돌아와 회계할 새, 한 달란트 받은 종이 땅 속에 파묻었던 한 달란트를 그대로 주인에게 내밀자 주인이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 하며 내친 반면, 받은 것의 두 배로 늘린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에게는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라’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예화처럼 주인과 같은 생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을 예약할 수 있다 하겠다.

내가 속해있는 직장과 부서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을 해보라! 하루하루가 의미 있고 보람된 생활의 연속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객(客)이요 머슴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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