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적 견해라는 것은 학문적이든 경험적이든 그 분야에 식견이 남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가 전문가로 평가받는데 뛰어난 식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보다 많은 면을 다각적으로 볼 줄 아는 통찰력이다. 즉 통치를 잘하는 지도자가 되려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아우르는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 통치에서 늘 소통과 경청이 금과옥조인 이유다. 역사학자 바바라 투크먼이 나쁜 지도자 특성으로 독선과 아집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자들이 인혁당 사건과 박정희 시대를 묻자 박 대통령은 ‘미래는 내버려 두고 과거 얘기만 하느냐’고 과거사 언급을 회피했다. 최근 불거진 정윤회 문건논란과 문고리 3인방 인사개입설에 대하여 엊그제 청와대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에 나라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들이 의혹의 한복판에 있다 생각하는데 정작 대통령은 헤아려 볼 마음이 없어 보인다. 노벨 경제학자 데니얼 카너먼이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나는 사람들이 사고방식을 바꾸는 능력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처럼 상황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생각의 틀과 행동방식인가 보다.

박 대통령의 문제해결 방식은 늘 비슷하다.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국민들이 원할 때도 침묵이나 두루뭉술이다. 가끔은 목소리를 높이지만 해답을 주는 것보다는 섭섭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사과 잘 못하고 과오 인정 하기 싫은 천성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까닭이다. 유연하기보다는 경직된 리더십에 가깝다 .

정치의 근본 목적은 국민의 신망을 얻는 것이다. ‘논어’에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 나온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먼길 가려면 가까운 데부터 가야 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쉬운 것부터 해 나가는 순리를 의미한다. 통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시시비비에 대한 정리가 선결요건이며 순리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옳다고 믿는 보편적 인식이 고려되지 않은 채로의 소통부재는 국민마음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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