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갑오년도 슬슬 저물어가고 있다. 갑오농민혁명전쟁, 청일전쟁 등 120년 전 갑오년은 우리 근대사에서 엄청난 무게로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하여 올해 갑오년은 정말로 정직하고 깊이 있는 ‘역사적 반성과 평가’ 그리고 ‘역사적, 문명사적 대전환’의 기운이 퍼져나가기를 고대했건만, 건진 것 없이 오히려 분열과 퇴행이 더 깊어진 것 같다.

4·16 세월호 대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탐욕, 부패, 정치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동시에 언론 그리고 진영논리까지도 같은 무게로 생각하게 하는 그야말로 대참사가 우리 모두의 헝크러진 오감과 오성을 일깨운 대사건이었다. 많은 이들은 다짐했고 기대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역사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 사회의 완강한 기득권 구조 그리고 거기에 토대한 진영논리와 분열의 확인과 심화였다. 어느 사회건 지속적으로 발전했던 사회는 없었다. 흥망성쇠의 역사, 그 속에서 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 하나하나의 노동, 사랑, 성취, 좌절, 고통이 엉켜 있다. 아예 없어져버린 나라도 많다.

지속적인 발전은 그 사회구성원과 제도·운영 원리의 지속적인 쇄신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것도 외부환경, 자연환경이 괜찮다는 필요조건이 전제되지만 어쨌든 끊임없는 쇄신과 창조만이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는 분명코 쇠퇴기, 위기이다. 위기는 위기를 똑바로 보고 인정할 때 극복이 가능하다. 그런데 ‘똑바로 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온갖 선입견, 편견, 오해 심지어 삐뚤어진 신념과 집착 같은 것이 작용한다.

불가에서는 바르게 봄(正見)은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봄’이라 했다. 필자는 그런 경지는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지금 위기 그것도 복합다중위기에 빠져든 지가 꽤 오래됐고, 이를 극복할 시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을 상식으로 확인하고 있다.



우리의 위기는 근본적으로는 ‘생명의 위기’이다. 이것은 필자가 늘 얘기하는 독점과 차단의 사회구조, 거대문명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화석연료 다소비 동력체제의 복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도의 위기’를 정면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완강한 기득권 구조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낡은 틀’을 쇄신하고 ‘힘차고 싱싱한 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생명, 평화, 민주, 통일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틀을 ‘스스로, 함께 그리고 꾸준히’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제6공화국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려는 ‘법고창신(法古創新)과 개벽 정신’의 통합을 요청한다.

제헌 차원의 새 헌법개정. 제7공화국을 여는 새로운 시민운동, 국민운동이 요구되고 있다. 때를 아는 사람을 현자라고 한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떨쳐 일어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역사의 풍운은 통일 신문명의 조화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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