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곤

도소방본부장

지난달 19일 국가 재난안전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게 될 ‘국민안전처’가 공식 출범했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안전체계가 총체적 무능과 부실 덩어리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각종 재난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최근의 담양 펜션 화재까지 대부분 안전의식 부재에서 오는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으로 인재의 성격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난달 27일 새벽 2시30분에는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위치한 화개장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체 점포 80개 가운데 41개가 전소됐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1억9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가수 조영남의 노래로 유명한 화개장터는 주민 만남과 화합의 상징이 강했고 영세상인의 고단한 삶과 애환이 깃들어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정을 나누던 삶의 터와 같은 곳이었지만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영세 시장 상인들은 단 한 번의 화재로 큰 고통과 아픔을 겪으며 앞으로의 생활고와 씨름해야만 할 것이다. 시장은 노후화된 건물이 많고 무질서하게 연결된 전기배선과 수없이 드나드는 인파의 담뱃불, 겨울철 난방용 난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재발생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상가들이 밀집해 점포 간격이 가깝고 통로가 협소해 화재가 발생하면 급속하게 연소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또한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하기에 인명피해의 위험성이 높아 사전 예방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인들의 자율 안전점검 정착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겨울철 기간 동안 사용하는 전기난로, 장판 등 전기제품에 대해서는 문어발식 전기콘센트 사용을 금지하고 LPG 가스를 사용할 때는 가스가 새는 곳이 없는지 이상 유무를 사전에 점검하는 등 주변의 안전사항을 점검해야 하며 위험요소를 발견해 제거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또한 통로나 비상구에는 물품을 적치하지 않도록 하고 시장의 소방통로가 확보될 수 있도록 상인들 스스로 적극 도와야 한다. 모든 상인들이 가장 기본적인 소소심(소화기·소화전·심폐소생술) 사용방법을 숙지하여 초기 대처에 신속히 대응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것이다.

한비(韓非)의 저서 한비자(韓非子)에는 ‘天下之難事必作於易 天下之大事必作於細 是以欲制物者於期細也(천하지난사필작어이 천하지대사필작어세 시이욕제물자어기세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일어나며,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일을 잘 처리하려면 그것이 크기 전에 잘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우나리조트의 설계·시공·감리 불량과 세월호의 불법 구조변경 등은 결국엔 사소한 것, 작은 것을 소홀히 해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기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작은 불량사항이라도 점검하고 시정해야만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대형참사는 소방관서의 힘만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역부족임을 국민들은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안전처 출범과 함께 이제는 국민 스스로가 주변의 위험요인을 시정, 보완하는 자율 안전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때이다. 숨결이 깃든 전통시장, 영원히 이어갈 우리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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