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수

춘천시나눔봉사단장

도 공동모금회가 춘천시 중앙로터리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이 제자리걸음이다. 살을 에는 한파 속에서 소외계층들이 힘겨운 겨울을 나게 될 전망이다. 정치인과 기관장들 그리고 도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야 사랑의 온도탑이 뜨거워질 것 같다.

나는 16세에 충청도 연기군(세종시)을 떠나 춘천에 터 잡고 갖은 고생 끝에 사업을 일구고 남들이 은퇴하는 나이라는 70 중반에 도공동모금회 춘천시나눔봉사단장이 됐다. 이제 나눔은 일상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는 습관이 됐다. 세상 사람들은 ‘기부왕’이라 부르기도 하고 못마땅한 사람들은 ‘나눔 중독자’라고도 한다. 나눔이 중독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재물을 나눌 때 얻어지는 기쁨은 실천해본 사람만이 안다. 돈보다 귀한 행복을 보상받는 나눔은 중독성이 있다.

40여 년 전 당시 나는 빨리 돈 벌어 고향에 땅을 사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짓는 것이 꿈이었다. 첫 나눔의 기쁨은 (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타이어 펑크 수리점을 운영하던 중 우연히 찾아왔다. 어느 날, 터미널에서 물고기를 파는 사람의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입학금이 없어서 고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었기에 선뜻 그에게 입학금을 건넸다. 부부가 진심으로 고마워하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는 가난해서 중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직접 원서를 사주셨는데도 집안사정으로 진학할 수 없었던 아픈 기억이 떠올라 나도 울컥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37년 동안 개업일마다 습관처럼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장학금 외에 강원대와 춘천고에 장학금을 지불하는 협약식을 맺었더니 뜻밖에도 춘천고 명예졸업장, 강원대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이 모든 영광이 습관처럼 나눔을 실천한 덕이라 생각한다.



나는 강원도 제9호 아너소사이어티로 가입하고 강원도 대표로 전국 아너소사이어티클럽 대회에 참석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나눔은 지역을 사랑하는 관심이다. 사회지도층이 나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그들이 적극 나섰던 지역은 나눔이 활성화됐다. 그 대회에서 지도층의 관심과 말 한마디가 나눔의 토대를 바꾼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무리가 내를 건너야 할 때 지도자가 물에 빠지는 것을 회피한다면 어느 누구도 뒤따르지 않는다. 주변에는 자신은 기부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기부할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꽤 많다. 지금 강원도 사랑의 온도탑이 제자리인 것도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70 평생 장사꾼으로 잔뼈가 굵은 나는 나눔은 결코 손해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다.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이 착한가게에 가입해서 일정 금액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면 불우이웃도 돕고 세제혜택도 받는다. 또 도모금회는 본부로부터 모금이 많이 될수록 더 많이 배분받아 많은 사람들을 돕는다.

나눔이 습관이 되면 행복해서 저절로 인상이 좋아진다. 선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모든 일이 잘 될 수밖에 없다. 재물보다 원 없이 선행을 베푼 기억을 저축한 사람이 진정 행복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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