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사진예술 감각·체험 읽는 묘미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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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인터넷서점 물류창고에서 책나르는 노동을 하며 지난 1년을 보낸 중견소설가 임동헌씨(45)가 탄광촌 강원도 사북을 배경으로 한 새 장편 '기억의 집'(문이당刊)을 들고 나타났다.
 충남 서산 태생이지만 철원으로 이주해 철원중, 철원고, 강원대를 나와 강원의 정서와 끈끈한 임씨는 첫 장편으로 '민통선 사람들'을 발표하며 민족사의 비극이 여전히 생생한 강원 접경지의 삶과 풍경을 그린데 이어 이번에 내놓은 '기억의 집'은 역시 현대사의 한 상처의 공간인 사북 탄광지역을 무대로 개인 삶의 고통과 역사적 질곡을 맞물려 드러내놓았다.
 '기억의 집'은 상처의 공간을 쉽사리 사랑하지 못하고 또한 버리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역설적으로 상처를 사랑해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고 진정한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직하게 들려준다.
 1인칭 화자인 소설가 '나'(최병주)는 관찰자 시점에서 사진작가인 형 최병후의 숙명 같은 삶과 예술을 짚어 감으로써 과거의 기억과 상처가 우리의 삶과 예술에 드나드는 양상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최병후는 현대 예술의 변화무쌍한 시류에도 불구하고 그 한가운데에서 예술세계를 올곧게 지키고 있는 사진작가이다. 그가 어린시절을 보낸 탄광촌 사북 사람들은 어두운 곳을 살다 간 사람들이며 그 검은 지역과 사람들은 그에게 모든 상처의 모티프가 된다. 사진을 가르쳤던 희창 형은 1980년 사북사태 때 사진 찍는 프락치로 오인받아 뭇매에 맞아죽은 곳이자 갱도가 무너져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당한 아버지가 묻혀있는 곳이며 청춘의 열병을 앓게 한 희창 형의 동생 희수가 있는 슬픈 공간이다.
 탄광촌의 뒤안길을 고집스럽게 흑백사진으로 찍어온 형의 사진전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성황리에 끝났으나 뇌종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형은 모든 작품을 탄광박물관에 기증하고는 마지막 희망을 찾아 아프리카 칼레콜마을로 떠난다.
 사진예술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임씨의 생생한 체험이 책 읽는 묘미를 더하며 현대사와 밀착된 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우리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임동헌씨(45)는 1985년 '월간문학'에 단편 '묘약을 지으며'로 등단했다. 장편 '민통선 사람들' '행복한 이방인' '숨쉬는 사랑' '섬강에 그대가 있다' '앨범', 소설집 '편지를 읽는 시간'등이 있다. '소설시대' 동인이며 내년 초 새롭게 창간될 '출판저널'주간을 맡아 준비중이다.   朴美賢 mihyunp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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