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호

레포츠부장

“갈수록 운동하겠다는 학생을 찾기 힘듭니다. 자질이 남달라 어렵게 설득해 놓아도 고생 길이 훤하다며 절대 안된다는 부모와 마주 앉으면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비인기 종목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이 최근 체육 지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수에서 한 비인기 종목 지도자는 지금 일선 학교 엘리트체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담담히 털어놨다. 그의 눈빛에서는 학교체육 활성화의 가장 기본인 선수 수급조차 어려워지는 일선에서 어떻게 하든 강원체육의 근간을 유지하려는 많은 지도자들의 공통된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지도자는 학교 운동부의 열악한 환경에 한숨을 내쉬었다. 각종 국제대회때만 반짝 인기를 누리는 종목의 이 지도자는 학교내 전용 연습장이 없어 학생들이 무거운 장비를 챙겨 버스로 다른 경기장으로 이동해 연습해야 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다른 종목의 지도자 역시 별도의 전용연습장이 없어 학교 1층에서 쿵쿵거리며 운동하다 보니 수업중인 교실까지 소음이 심각해지면서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데 학교 예산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고심이 크다고 걱정했다.

이들 지도자들은 현실은 갈수록 지도자의 길을 걷기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운동을 재미있어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으려는 아이들의 진지한 자세를 보며 스스로를 다잡고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열정 때문에 일부는 스스로 활로 찾기에 나서 중견 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맺거나 동문, 지역의 상시적인 지원체계를 갖춰 나가는데 노력해 취약한 재정지원 속에서도 매년 전국 대회에서 타 시·도가 부러워하는 강원체육의 성과를 내놓고 있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지난 5월 제4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강원도선수단이 메달합계순위 4위를 하는데 기여할 정도로 남다른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결과만 놓고 봐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원 체육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이들의 열정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갈수록 ‘전(錢)의 전쟁’으로 바뀌는 시·도간 엘리트체육 경쟁에서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강원 엘리트체육을 아래로부터 떠받치는 이들이야말로 강원도 유소년 선수 육성의 산실이자 첫 시발점인 학교체육 경쟁력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함께 참가한 체육행정 공무원들 역시 이들의 고충을 공유, 학교체육 활성화에 무게감이 더해졌다.

일선 학교 체육 인프라 구축은 결국 ‘예산’으로 귀결되는 문제지만 가용예산의 한계 속에서도 선수 발굴과 육성을 외면하는 지원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성과와 계획을 밝히며 체육 지도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물론 중장기적인 미해결 과제는 여전히 재확인됐다.일선 학교 체육 지도자들의 불안한 고용 유지, 종목별 초-중-고-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자체 수급 인프라 부족, 안정적 전력 유지 및 상승에 필요한 훈련 및 운영비 부족 등은 난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학생 체육의 밝은 미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선수단 4명을 포함, 전체 학생 수가 10명에 불과해 선수 발굴은 고사하고 당장 폐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소규모 학교인 삼척 소달중학교에서 올해 전국소년체전 육상 원반던지기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소설에나 있을 법한 놀라운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이 학교 남복기 코치의 열정의 산물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남 코치와 같이 일선 지도자들이 스스로를 불태우는 이 같은 열정이 ‘작지만 강한 체육’을 지향하는 강원체육의 미래를 밝히는 불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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