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은 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온나라가 핑계만 대고 있다. 서로 남 탓만 하고 내가 잘못했다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모든 일에 나의 ‘옳음’만 있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이해나 배려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족 사이의 갈등도 내가 옳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고,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협상도 네가 한발 더 양보하라고 버티고 있다.

거기다가 이젠 이른바 ‘슈퍼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계속 어설픈 변명만 늘어놓는 모 항공사 재벌3세 공주(?)까지 등장했다.

부처님께서 출가 후 6년간 고행 끝에 깨달은 진리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이것이 있으므로 해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해서 이것이 있다.’ 즉 인연법인 것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결과만 보고 남 탓하며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난 원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분명히 그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존재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 원인을 잘 살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나, 어리석은 사람은 평생 남 탓만 하며 투덜대다가 인생을 마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와 수습을 둘러싼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과,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으로 인해 피로감이 거의 폭발 직전에 있다. 그리고 날만 새면 보도되는 사회 곳곳의 소통부재로 인한 갈등과 일부 재벌가의 몰지각한 행태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상실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이 있다.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라는 뜻이 있다. 다시 말해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누리고 있으면 그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부와 권력이 어디서 왔는가? 원인을 잘 살펴보라.



조지 버나드 쇼는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썼다.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픈 상처는 빨리 치료해야 하고, 잘못한 것은 가슴 깊이 참회해야 한다. 그래야 상처도 빨리 아물고 실수도 만회할 기회가 생긴다. 살아가다보면 당연히 실수도 하는 법이다. 그 실수를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인정하고 참회하는 것이다. 용서하고 안하고는 그 참회의 진정성으로 결정할 것이다. 핑계는 이제 그만하자. 한해가 가기 전에 잘못한 것은 다 털어 놓고 참회하자.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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