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규

강원인력개발원장

남녀 간의 짝사랑도 사실 알고 보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면 별 문제가 없을 테지만 불행히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경우가 많아 남녀 간의 애정에 있어서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사랑의 불균형은 ‘짝사랑’이란 이름으로 남겨져, 나 홀로 외로운 속앓이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남녀 간에 흔히 찾아오는 적잖은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결혼 정보회사의 연 매출액이 3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 정도로 남녀 간에 제 짝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중매제도가 유행이라는 이야기이다. 결혼 중매제도란 본인에 대한 신상과 이상형에 대한 희망사항을 결혼 정보회사에 제공하면 결혼정보회사는 쌍방의 조건을 찾아 맞춤형으로 중매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비록 감성적인 낭만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나마 매칭비율이 제법 높아 이용자에게 인기가 높다고 하니, 선남선녀의 만남에 있어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유효한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사회의 구인·구직시장 역시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일자리 중매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지원인력이 넘쳐나 인재선발에 애로사항을 겪는 반면, 중소기업은 일 할 사람이 부족해 구인난에 허덕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모 그룹이 실시한 금년도 입사시험에서는 무려 20만 명에 달하는 대졸자가 입사시험에 응시했다고 한다. 반면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직업관이 어떠한지를 분명히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이었으며, 13~24세는 대기업이, 25~29세는 공기업이 두 번째로 선호하는 직장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과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에 비해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대기업 등으로 청년층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수입’과 ‘안정성’을 주된 직업선택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복지나 성장 가능성 등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임금수준 등의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치와 맞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입시위주의 교육현실도 인력수급 미스매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작정 대학에 진학하고 보자는 식의 그릇된 사회풍조로 인해 고학력자는 넘쳐나고,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병목현상까지 겹쳐 실업문제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분명, 고질적인 병폐인 학벌 중시 풍조를 극복하고 선진국형 능력 중심사회로 나가야 하는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지만, 우리사회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은 것이 현주소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도 2020년까지 고졸 취업 대상자는 32만 명이 부족한데 비해, 전문대졸 이상 실업자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발생한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하여는 취업정보망 확산 등을 통한 고용률 제고와, 일자리 중매제도를 통한 인력 미스매치 해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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