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뉴미디어부장

요즘 길거리나 관광지, 행사장에서 스마트폰을 장착한 셀카봉을 들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셀카봉이란 신조어는 셀프카메라(self camera)와 봉(棒)을 합쳐서 줄인 말로 접으면 20cm이고 펴면 1m 정도의 길이로 늘어나는 막대기 형태인데 그 끝에 스마트폰을 장착해 셀카(셀프 카메라)를 쉽게 찍을 수 있다.

셀카봉을 영어로는 셀피스틱(selfie stick)이라고 하는데 셀피(selfie는 ‘스마트폰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행위, 사람 혹은 그 사진’이란 뜻으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셀카와 같은 단어이다. 2013년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셀피를 선정했을 정도로 전 세계는 셀피에 빠져있고 이런 셀피(셀카) 문화의 확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셀카봉이다.

셀카봉의 발명가는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완제품 형태의 셀카봉은 미국의 한 업체가 ‘셀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셀카봉은 초기에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으나 인기를 끌지 못하다 국내에 유입돼 일부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한국인에게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셀카가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에 힘입어 확실한 자기 표현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셀카 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셀카봉이란 단어가 영어 셀피스틱을 밀어낸 현상만 봐도 우리나라에서의 셀카봉 열풍은 대단하다.

간단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제작된 셀카봉은 지난해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디지털 액세서리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선정한 2014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돼 그 인기와 열풍을 짐작케 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 전문여행사가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466명을 대상으로 ‘한국 가을단풍 구경 시 가장 이색적으로 느껴진 것’에 대해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224명)가 셀카봉을 선택할 정도로 외국인의 눈에도 국내의 셀카봉 열풍은 대단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구글의 에릭슈밋 회장은 얼마 전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앞으로의 세상은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에서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로 변화를 예고하며 선풍적인 열풍을 일으킨 셀카봉을 그 예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한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된 셀카봉 열풍이 마치 한국에서 발명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이다. 디지털 첨단장비들이 대세인 지금의 시대에 간단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셀카봉이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셀카봉의 형태는 중국 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사용하는 여의봉과도 매우 흡사하다. 여의봉은 자기 뜻대로 늘어나게도 줄어들게도 만들어 쓸 수 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상상속의 요상한 물건이다.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간단한 조작과 편리한 휴대, 그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각도의 셀카를 찍을 수 있게 만든 그 요상한 물건이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현실의 여의봉으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15년의 새해 아침이 밝았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문화가 대세인 가운데 또 어떤 혁신적인 한국의 아날로그적 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지 궁금해지는 한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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