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 위반 적발차량 운전자가 교통순경에게 저 차도 위반인데 왜 내차만 딱지를 끊느냐고 항의했다. 교통순경은 ‘어부가 바닷고기 다 잡을 수 있나요? 처벌받는 사람은 법을 어긴 사람이 아니라 다만 운이 나쁜 사람인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책 ‘타락론’은 이 교통법규 위반 사례와 같이 모든 사람이 범법자이고 적발되는 사람만 재수 없는 그런 상황을 ‘집단적 타락 증후군’의 일종이라 말한다. 이 증후군은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리는 지표라고 신영복은 책 ‘강의’에서 말한다. 갑질로 걸린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미안함 없는 범법자가 증가하는 것도 위기사회의 도래를 일러준다.

며칠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백화점 주차요원을 꿇어앉힌 모녀슈퍼갑질의 주인공 모녀 인터뷰가 방영되었다. 그 모녀는 자신들이 진상모녀취급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며 700만원을 쓴 소비자는 백화점에서 충분히 갑이 될 수 있고 갑은 주차요원 따위는 꿇어앉힐 자격이 있다는 것을 큰 목소리로 주장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충격적 사건, 일명 인천송도유치원 4세 여아 폭행 사건의 교사는 자신의 폭행이 다 훈육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극 중 두명을 살해한 안산 살인 사건 피의자는 울부짖는 피해자 가족에 사과는커녕 조롱하고 맞고함으로 응대했다.

법의 처분을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면 대체로 범법자들은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이제는 그런 장면도 귀한 세상이 되려나보다. 범법을 저지르는 것이 나만은 아닌데 운이 없어서 걸렸다는 뻔뻔함들이 만연해진 세태란 말이다. ‘얼굴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이 없다’는 후한무치(厚顔無恥)나 ‘어려워하거나 삼가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지다’는 방약무인(傍若無人)의 자세가 우리들을 경악케 하고 당혹케 한다. 이들 과오의 본질은 상대방의 인격을 완전 무시한 반인륜적 행위에 있는데 그것에 대한 회한은커녕 당당하기까지 하니 인면수심(人面獸心)이다.

교만하고 싸가지 없는 인성은 이기적이고 날선 사회를 만드는 주범으로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결국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수반되지 않으면 부도 행복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결코 될 수 없다. 인격교육이 시급하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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