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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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다. 무심히 흐르는 금성천 뒤쪽으로 잘록한 산허리 너머가 금성( ※ 박수근 화백이 금성 십리장림에서 스케치를 했고 한사연 목사와의 인연이 있는 곳)이다. 책 294쪽.
 한국문화의 가장 깊숙한 곳 중 하나인 DMZ.
 다른 어느지역에서도 DMZ의 이런 스산한 풍경을 갖고있지 않은 강원도에서 강원도 사람이 오랜시간 비무장지대를 탐사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압축한 책을 냈다.
 '함광복, 30년간의 DMZ 기행'이 부제로 달린 문화비평서 '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eastward刊)는 30년간 발품을 팔며 비무장지대의 인문사회적 의미를 추적해온 DMZ전문기자 咸光福씨(53·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가 1995년 'DMZ는 국경이 아니다'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노작.
 책의 제목은 일제 시대때 징용으로 끌려가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쿠릴열도 파라무셔 섬의 한국인 노인 '킴씨 할아버지'이야기를 통해 민족 앞에 놓인 넓고 깊은 강 DMZ를 사유하게 만든다.
 저자는 DMZ가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아니라고 잘라말하며 상식을 뒤엎는다. 결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야생 동식물이 살기에 평화로운 땅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군인이 놓는 산불, 발목지뢰와 부비 트랩으로 생명을 잃기 일쑤인 '전쟁생태계의 전시장'일 뿐이다.
 그리고 DMZ에 숨겨진 갖가지 보물같은 이야기를 발굴해 내 저자의 깊이있는 사유와 시각의 다양성, 감칠맛 나는 문체, 작가적 상상력이 용해돼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보탠다.
 냉전 유물인 '지능을 갖춘 고등생물'인 지뢰와 대암산 고층 습원, 양구가 낳은 박수근과 잃어버린 그림 항아리, 궁예와 궁예도성, 순교자와 철원제일감리교회, 일명 '민들레작전'….
 '지구에 마지막 남았다는 냉전 전선의 풍경은 의외로 그토록 목가적이다. 스크래치 기법으로 그린 것 같은 커다랗고 멋진 그림이야'(46쪽) '돼지풀 이민 1세대가 정착했던 곳은 비무장지대. 우리 할아버지들은 이 풀을 모르고 있었지만 비무장지대 병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65쪽)
 '제군들 저 벌판에 민들레 꽃씨를 뿌리자. 지뢰를 묻자. 벌판 가득 피어있는 민들레 꽃밭처럼 드넓은 지뢰밭을 상상해 보라. 그 민들레 꽃밭이 두려워 적군이 얼씬도 못할 것을 상상해 보라' (160쪽)
 저자는 오로지 인간이 전쟁에 정신이 팔린 탓에 지난 반세기동안 고통의 땅으로 얼룩진 DMZ에 이제 화해와 용서, 관용, 인내, 희망으로 평화의 나무를 한그루 한그루 심어가자고 제안한다.
 咸光福씨는 홍천 태생으로 DMZ에서 군대 생활을 한 이후 지방지 일선 기자로, 사회부장으로, 논설위원으로 30여년간 DMZ에 관한 글을 써오고 있다. DMZ 자연생태를 보도해 두차례 한국기자상을 받았으며 1997년 DMZ내 남강 연어 방류를 제안, '연어사랑 시민모임'태동과 북강원 연어방류지원사업의 모태가 됐다. DMZ 접경생물권보전지역 자문역 등을 맡아 DMZ바로알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朴美賢 mihyunp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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