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이른바 '준결승' 대결로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중에도 대선 주자들은 강원도를 찾아와 이런 저런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선거가 한 달 남은 시점이라 후보들이 크고 작은 공약을 개발 제시하는 것을 당연할지언정 지나치게 비판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각 후보들의 대강원도 공약을 살펴보면 이들이 과연 강원도민의 입장에서 현안 해결의 그 절실함을 공유해 보았는지, 그리고 특히 실천 여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묻게 된다.
 '대통령직에 성공하자면 공약을 무시하라.'는 말이 있고 보면 공약이란 애초에 지킬 의지와는 상관 없는, 그야말로 선거 운동 기간 중 표를 얻는 한 방편일 따름이라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정치인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비야냥도 있지 않던가. 이런 유의 말은 정치의 신뢰성을 전제한 것이란 점에서 이해돼야 할 것 같다. 곧 비판이란 믿음의 역설적 한 방식이다. 같은 논점 아래 대선 후보자들은 대강원도 공약에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번 대선은 지역 구도가 상대적으로 적어진 반면 정당 간 노선 차별이나 이념 논쟁이 없으며 큰 국가 이슈 또한 드러나지 않는, 비교적 긴장이 덜한 선거가 됐다. 그러긴 해도 정권 쟁취를 위한 각축은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니, 누가 당선될지 아직도 예상할 수 없는 여론상의 혼미를 보건대 유권자들이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만큼의 내적 긴장은 오히려 더한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지방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강원도를 찾아온 후보가 "역대 대선을 보니 강원도 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더라."고 한 말은 이의 압권이다. 또 최근 지방 분권 운동가들이 대선 주자들에게 "지방을 위한 정책 공약을 개발하라."는 요구도 지방 문제를 대선의 대결 포인트로 만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대선 주자들이 이와 같은 지방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거든 지방 공약 개발에 더 진지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이 내놓음 직한 사소하고 저급한 수준이 아닌 지역 간 불균형 구조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참신한 새 정책을 제시하란 말이다. 예컨대 대강원도 공약의 경우 우리 사회를 중핵 대 주변으로 이분화시키는 종래 관점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 중심지로서의 강원도를 전제한 국가 책략적 차원에서 다루라는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를 뛰어넘어 중앙과 지방 사이의 선험적 불평등과도 같은 오래된 본질적 콤플렉스를 벗어나게 할 실천적 공약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