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나기가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수재민들일 것이다. 같은 수재민들이라도 농촌 수재민들일 것이고, 그들 가운데도 가산이 넉넉지 않은 이들이 더 어려울 것이다.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이들을 엉뚱하게 은행이 그렇게 줄서기를 시켜버렸다. 수재민들에게 저리융자를 해줄 테니 맘놓고 새집을 지으라고 해놓고, 막상 돈을 빌러 갔을 때는 담보능력대로 줄을 세우는 창구박대를 해버렸다. 수재민 저리융자 주택자금 지원방침에 따라 주택건축가액의 70%까지 융자가 가능했으나, 이 정부 방침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택건축가액이 3천 만원이면, 2천100만원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융자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 당초 방침이었으나, 담보가 가능한 대지의 공시지가에 해당하는 금액만 보증이 가능해 진 것이다.
 담보가능 물건인 대지만 보증이 돼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당연히 지가가 높은 도시 수재민은 어느 정도 주택자금 융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농촌 땅 50∼60평을 담보로 제공하고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액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집까지 잃은 수재민은 대게 산간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같은 농촌이라도 산골주민이 대지를 담보로 내놓고 받을 수 있는 융자액은 얼마나 되겠으며, 과연 그 돈으로 새 집을 짓겠는가 하는 것이다. 당초계획은 이렇지 않았었다. 특별재해지역의 수재민들에 대한 저리융자 주택자금 지원방침에 따라 건축가액의 70%까지 융자를 해주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일반가계대출 규제방침이 세워지면서 불똥이 특별재해지역까지 튄 것이다. 결국 재빨리 융자신청을 했던 수재민들만 그런 대로 특별재해지 혜택을 본 셈이다.
 새 집 계획만 세운 수재민들은 겨우 땅을 담보로 잡히고 은행돈 꿔오는 정도의 혜택밖에 못 받게 된 것이고, 변변한 담보물건조차 없는 수재민은 새집 짓기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일반가계대출 규제방침이라는 것은 도시민들의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파산직전에 이른 가계가 속출하자 세운 금융정책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제발 돈 좀 꾸어가라"고 대출세일을 하던 은행들이 제 발등을 찍히자 튀어나온 궁여지책인 셈이다. 이 은행살리기가 왜 수재민까지 덤터기를 씌우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정부 시혜인양 생색내던 '재해특별지역 지원책'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집 떠내려보내고, 농토 잃었으며, 가슴까지 만신창이가 된 수재민들을 놓고 '담보부 대출', 그러니까 담보물건이 있으면 대출 해준다는 금융정책도 정책이겠느냐는 것이다. 은행창구에서 발길을 돌린 수재민들이 "정부가 우리를 두 번 울리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 소리를 정확히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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